[기자의 눈] 보완수사권 폐지라 쓰고 피해자 보호권 폐지라 읽는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피해자 메이플 씨가 지난해 1월 9일 JMS 교주 정명석에 대한 대법원 선고(징역 17년)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며 미소 짓고 있다. 2025.1.9 ⓒ 뉴스1 민경석 기자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피해자 메이플 씨가 지난해 1월 9일 JMS 교주 정명석에 대한 대법원 선고(징역 17년)가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며 미소 짓고 있다. 2025.1.9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안 나오게 하고 싶어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메이플의 이 바람은 지난해 대법원이 총재 정명석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면서 비로소 이뤄졌다.

가해자로부터 세뇌당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은 취약하다.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것이 동의처럼 비칠 수 있고, 피해자도 자신이 당한 일이 범죄인지 모른 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플의 고백도 준강간 피해자의 증언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 말을 뒷받침할 증거를 필요로 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메이플의 말 뒤에 '증거의 구조'를 세우기 시작했다. 메이플이 왜 수년간 정명석에게 저항할 수 없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검찰은 탈퇴 신도 30명을 추가 조사하고, JMS 수련원과 본부 등을 압수수색 해 증거를 확보했다. JMS 교리가 어떻게 장기간의 조직적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조직의 추악한 실체를 파헤쳐 갔다.

이 범죄는 정명석 홀로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교리로 신도들을 옭아맨 상부 조직이 함께 저지른 범죄였다.

정명석을 비롯해 JMS 이인자 등 간부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었던 것은 경찰 단계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혐의들이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보완수사는 피해자의 말에 맥락과 신빙성을 덧입히는 과정이다. 경찰 단계에서 입증되지 못한 혐의를 다지고,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을 범죄의 구조를 밝혀내는 절차다.

특히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촘촘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아동, 장애인 대상 범죄도 마찬가지다.

1차 수사로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범죄 사실을 다시 규명하는 절차가 보완수사다. 기소 전에 실체적 진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검찰의 책무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방침으로 정했다. 이튿날 범여권은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완수사요구권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검찰과 경찰 간 사건 핑퐁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보완수사요구가 보완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개혁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라는 정의 실현의 과정에 부족함이 있게 하거나 피해자를 밀어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권한을 걷어낸 자리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을 때, 그 공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앞장선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아닌 국민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6.6.25 ⓒ 뉴스1 안소연 수습기자

mark83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