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 기준 없는 중수청, 중복수사 우려…'정치경찰' 가능성도"

형사정책연구원 포럼…"국수본·공수처와 관할 충돌"
"독립성 확보 장치 미흡…검경 조기조언 제도 대안"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출범을 99일 앞둔 가운데,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될 경우 수사기관 간 관할 충돌과 중복 수사, 사법경찰의 '정치경찰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 형사법제연구본부장은 25일 법무연수원과 KICJ가 공동 주최한 '제11회 형사사법포럼'에서 '제정 공소청·중수청법의 내용과 향후 과제'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본부장은 먼저 중수청법이 관할 대상인 '중대범죄'를 개별 죄명 위주로 나열하면서도 범죄의 '중대성'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에 따라 중수청 관할로 정했는지가 제시되지 않아 다른 수사기관과 관할권 중복·경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수청은 경제·부패·방위산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다만 '중대범죄'의 기준이 모호한 탓에 사기·횡령·배임·직무유기 등 형법상 범죄는 국가수사본부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과 각각 수사권이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수처가 관할하는 고위공직자 범죄와도 상당수 죄명이 겹쳐 중수청과 공수처 간 관할 경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박 본부장은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중수청의 독립성 확보 장치도 미흡해 사법경찰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행정안전부장관이 중수청의 지휘·감독권과 근무평정 등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사실상 중수청이 행정부에 종속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수사직무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가수사본부의 경우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중수청은 행안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치검사'의 문제를 '정치경찰'의 문제로 치환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수사·기소 분리 체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와 경찰 간 협력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면서 영국의 검·경 간 조기조언(Early Advice)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조기조언제도는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수사기관(경찰)에 수사적·법률적 조언을 제공해 수사 효율성과 기소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검사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반대로 경찰도 의무적으로 '검사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박 본부장은 "향후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서 조기조언이 필요한 범죄군을 확대하고, 조기조언의 구체적인 방법·절차를 현재보다 상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조기조언이 필요한 개별 범죄별 구체적인 조기조언의 방법, 절차 등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 중수청과 공소청이 업무협약(MOU)을 통해 보다 상세히 규율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