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있는 거 다 알아"…한밤 현관문 두드린 불청객의 정체
[사건의재구성] 주거침입·폭행도…법원 "극심한 공포 유발"
술 마시고 40㎞ 운전해 찾아가…베란다 매달려 살해 협박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2024년 8월의 어느 날 밤 서울. 소방관이었던 남성 A 씨는 흉기를 손에 든 채 전 연인 B 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헤어진 지 약 다섯 달 된 전 연인의 집 앞이었다.
A 씨는 "남자친구랑 있는 거 다 안다. 문 열어라. 이대로 끝날 거라고 생각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가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베란다에 매달린 채 창문을 세게 두드리며 "얼른 문 열어라. 너희 내가 들어가면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베란다 옆 화장실 창문을 열고 팔을 집어넣기까지 했다.
A 씨는 술까지 마신 상태였다. 그는 이날 밤 경기 성남에서 B 씨의 집 앞까지 40㎞ 넘게 음주 상태로 운전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전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같은 해 3월 중순까지 2년 가까이 만났다. 그러나 이미 헤어져 서로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A 씨의 연락과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그해 5월에는 "남자랑 같이 있는 거 아니면 전화 한 통화만 줘. 나 미치겠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집을 찾아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7월 9일 밤에도 A 씨는 B 씨의 집을 찾아갔다.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B 씨가 A 씨를 남자친구로 착각해 현관문을 열었다가 놀라 문을 닫으려 하자, A 씨는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A 씨는 B 씨에게 "너 죽여 버리려고 왔다. 그 남자 여기 있어? 신고할 거 각오하고 왔다. 나 소방관 내려놓을 생각 하고 왔다"고 말했다.
말로 끝나지 않았다. A 씨는 양손으로 B 씨의 목 부위를 세게 졸라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틀 뒤인 7월 11일 오전에는 B 씨 주거지 인근 골목에서 출근하는 B 씨를 기다리기도 했다.
문자메시지로 시작된 스토킹이 주거 침입과 폭행에 이어 살해 위협까지 이어진 것이다.
A 씨는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지난 2024년 특수협박, 특수주거침입, 주거침입, 폭행,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건장한 체격의 소방공무원으로서 방어능력이 미약한 여성을 상대로 흉기를 들고 가 주거침입을 하고, 폭행 협박을 하는 등 피해자에게 극심한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이전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소방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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