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열 서울변회장 "형사성공보수 정상화…K-디스커버리로 실체적 진실"
[인터뷰] 대법에 성공보수 약정 유효성 인정 촉구 청원 운동
"불량 로펌 명단 공개, AI 활용 시 변호사에 최종 점검 의무 부여"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서민과 약자가 유능한 변호사들과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가 사라졌습니다.
지난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이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변호사가 실비 수준의 착수금으로 변호를 시작하고, 그 결과가 좋을 때 성공보수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이를 인정하면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고,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며 무효화 했다.
결국 당장 돈이 없는 이들은 높아진 착수금으로 인해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브로커나 비전문가와 접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설명. 서울변호사회는 대법원에 형사성공보수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청원서를 모집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변호사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막연하게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너무 많이 받아 간다며 이를 막는 건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성공보수는 노력할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돈이 있는 사람들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무효화와 관계없이 대형 로펌을 찾는다"며 "그런데 서민과 약자는 유능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고리가 끊겼다. 브로커나 유사 직역을 통해 구제받으려다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보수를 통해 변호사가 수억 원의 돈을 받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과거의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현재 형사사건 80~90%는 거액으로 약정할 사건이 아니다. 서울변호사회도 성공보수를 부당하게 약정하는 걸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제98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당선된 조 회장은 2년 임기 중 4분의 3을 넘겼다. 그는 그간의 업적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도입,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축 계기 마련 등을 꼽았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정상화 등 변호사들의 자긍심 높일 수 있는 작업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작년 1744명에서 올해 1714명으로 30명 줄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호 변호사가 탄생해 60년 동안 8000명이 배출됐는데, 20년 만에 변호사 4만 명 시대가 됐다. 대책 없이 늘린 거다. 변호사 수는 포화 상태인데, 업계의 외연은 확장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사 직역에서 소송대리권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500명 이하로 줄이고, 종국에는 한 해 1000명 안팎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가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유사 직역이 아닌 변호사들을 통한 법률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도 유사 직역을 통폐합하고 신규 인력 배출을 막으면서 변호사 수급 조절을 해가야 한다.
-변호사 포화 상태 속 수임 경쟁은 더욱 과해지고 있다는데.
▶전관 마케팅 등 과도한 광고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하는 불량 로펌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라져가고 있는 전관예우의 망령을 끌고 와서 마치 아직도 전관예우가 은밀히 살아있는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사건 유치만 하는 경우다. 의뢰인들은 전관이 엄청난 로비나 변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변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마담인 셈이다. 만약 변론한대도 이제는 법원이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허위광고를 하지 않고 의뢰인에게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성실한 변호사들이 충실한 변론을 할 것이다. 땀 흘려 일하고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들이 돋보여야 하고, 저는 이들을 지켜낼 것이다.
-불량 로펌들을 제재할 방법은.
▶변호사법을 통해 주어진 징계는 제명, 정직, 과태료가 있다. 과태료 한도는 3000만 원인데,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네트워크 로펌들에는 껌값이다. 법인 대표가 정직당해도 몇 개월 동안만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돌린 뒤 막후에서 로펌 운영하다 돌아오면 그만이다. 이처럼 개인이 아니라 일본처럼 법인의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는 징계 권한이 필요한데 법무부가 미온적이다. 이에 따라 건전한 수임 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이른바 불량 로펌을 선정하고, 이들의 명단을 소비자들에게 조만간 공개하려고 한다.
-법조계에서 AI(인공지능) 환각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환각 효과는 현란해지고 거짓 정보는 더 그럴싸하게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조인들의 AI 활용은 권장하지만, 반드시 최종 점검을 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할 것이다.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를 점검도 하지 않고 법원에 제출할 경우 법원은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 윤리 의식 강화와 교육 등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또한, 일반인들이 AI를 통해 허위 정보를 얻고 나홀로소송을 하면서 아무런 검토도 없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함으로써 법원과 수사기관 등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해서도 법조인들의 검증을 통해 자료가 제출되도록 권장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왜 필요한가.
▶이는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당사자에 의한 신문, 법원의 자료 보전 명령 등 3가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쟁 해결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무작정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을 하고 본다. 일본에 비해 고소·고발이 30배가 넘는다. 온 국민이 형사 피의자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변호사 등의 사실조사를 통해서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기형적인 형사 사법화를 타파해야 한다. 또,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 불응 시 과태료 제재만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원이 핵심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문서 제출 명령 현실화가 필요하다. 꼭 법정에서만 증인 진술이 이뤄질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는 양측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당사자들을 불러놓고 공방전을 펼친다. 당사자 간 신문을 충실히 하고, 그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판 지연도 해소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 확산은 왜 필요한가.
▶현재는 금융 부문에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는데, 이를 다른 분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만 봐도, 피해를 소비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에 합의해 사건을 끝내는 식으로 방어하거나 패소하더라도 소액 배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은 덜하고, 보안에 대한 비용은 좀처럼 투입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공익을 생각한다면 집단소송제 도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최근 이뤄진 사법개혁 속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변호사들이 국민들의 억울한 점을 이용해 재판소원을 유도해서는 안 되겠다. 재판소원 요건에 따라 엄격하게 봐야 한다. 법 왜곡죄와 관련해서도 변호사들이 의뢰받는 사건은 조금 늘어날 수 있겠지만,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형태의 사건 수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법원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게 판결의 결과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법관 증원이 심리 불속행이나 패소 판결문에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내 코가 석 자'이다 보니 프로보노 활동에 신경 쓰지 못하는 변호사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의 역량을 쏟는 등 공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도 상당히 많다. 지금까지 변호사는 돈만 벌고 공익은 뒷전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왔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보노를 실천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세상에 내놓고 자랑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프로보노를 실천하는 변호사들이 결국은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조 회장은 광주 숭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제43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3기)에 합격했다. 그는 제96·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내며 변호사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썼다. 또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서울서부지검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위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감찰위원회 위원, 경찰청 성과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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