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시 해제'…대법 "중대 위반 아니어도 가능"
1·2심 "중대 위반만 해제" 원고 패소…대법서 파기환송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분양계약서에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상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확히 적혀 있다면, 위반 내용이 중대한지 따지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 씨가 오피스텔 분양사업자인 B 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등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20년 12월 B 사와 대구 달서구의 한 오피스텔을 3억9180만 원에 분양받은 C 씨는 2022년 5월 A 씨에게 수분양자 지위를 넘겨줬다.
해당 분양계약서에는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로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같은 법 제10조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같은 법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등이 적혀 있었다.
B 사는 2023년 12월 대구 달서구청장으로부터 분양 광고안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와 교육환경 보호구역 설정 여부에 관한 사항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건축물분양법상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2024년 3월 소송을 내고 B 사에 대한 시정명령은 약정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며 분양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약금 3918만 원과 중도금 대출이자 등 총 4351만 원을 청구했다.
1·2심은 모두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분양계약 해제를 위해선 시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을 고려할 때 그 위반 사항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건, 그런 위반 사실을 알았다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에 이르지 못한 경미한 위반 사항으로 인한 것"이라며 "A 씨는 해제 조항에 따라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서 문언대로 해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당사자 사이에 약정 해제 사유를 문서로 작성했고 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해제 조항은 '분양자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게 표현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 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 사항이 계약체결 의사와 계약 목적 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해제권 발생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문언을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약정해제권에 관한 계약 내용의 해석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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