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형성한 '동성커플'…법적으로 보호해야"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인정..."1000만 원 배상하라"

서울 퀴어 퍼레이드.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동성 커플도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면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김소영 장창국 문종철)는 지난 5일 동성 커플 A 씨가 관계 파탄 원인을 제공한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성 커플이었던 A 씨와 C 씨는 2018년부터 교제를 시작해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함께 살았다. 동거를 시작한 무렵 C 씨는 A 씨 부모와 정식으로 인사했고 2022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A 씨 부모와 함께 프랑스 여행도 다녀왔다. 2023년 5월 말기 암 환자였던 A 씨 부친의 병세가 악화하자 이들은 A 씨 본가에서 함께 거주하기 시작했다.

또 A 씨 부모는 이들에게 예물 명목으로 반지를 선물했고 A 씨, A 씨 동생, C 씨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대화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도 삶을 공유했다. A 씨는 2019년 9월부터 자신의 급여를 C 씨 은행 계좌로 이체했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공모주 청약을 위한 수억 원의 자금 마련, 아파트 청약 신청 등을 함께 논의했다.

재판부는 "원고 A 씨와 C 씨는 결혼식을 올렸다거나 가족들 외 지인들에게 관계를 밝혔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이들은 동성으로. 현행 법제 하에서 관계가 사회 관념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로 평가할 수 있는 사실혼을 형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와 C 씨는 경제공동체가 된 2019년 9월부터, 늦어도 A 씨 본가에서 A 씨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A 씨 부모로부터 결혼반지를 예물 명목으로 선물 받아 부부로 인정받은 2023년 6월부터는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상호 혼인 의사를 가지고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해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와 C 씨가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C 씨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C 씨는 피고 B 씨와 2024년 6월부터 불륜 관계를 맺었다. 이어 3개월 뒤인 2024년 9월 A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이들의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관계가 종료됐다.

재판부는 "A 씨가 2024년 11월 상세 불명의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그 발병 시기와 증상을 종합해 볼 때 A 씨 질환은 B 씨에 의해 C 씨와의 관계가 파탄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행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부부는 민법에 따라 부정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부정행위를 한 경우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니는데, 사실혼의 경우에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 왔다.

재판부는 특히 "동성 커플이 혼인 의사를 가지고 법률혼 내지 사실혼 관계와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역시 행복추구권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라면서 "동성 커플의 경우에도 생활공동체 형성에 따른 이익을 보호할 최소한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성 간의 사실혼 관계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관계의 파탄을 초래한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혼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커플의 행복추구권 또는 평등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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