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불자료 좀" 친구 부탁에 개인정보 유출한 교사, 무죄…이유는?

1심 벌금형 선고유예→2심 무죄…"위법수집증거"
"영장과 무관한 범죄 정황 발견했는데 탐색 이어가"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지인의 부탁을 받고 대학 입시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은 교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증거인 문자메시지가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인정되면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2부(부장판사 김용중 김지선 소병진)는 지난달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 씨와 지인 B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7년 9월 친구 B 씨로부터 "조카 수시 때문에 C 고등학교 합불(합격·불합격) 자료를 참고하고 싶다"는 부탁을 받고 B 씨에게 2015~2017학년도 수시 합불자료 파일 3개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는 C 고등학교 소속 학생들의 △성명 △지원 대학명·학과 △전형 유형 △최저 학력 기준 유무 △최종 합불 △내신 등급 등 개인정보가 들어있었다.

1심 재판부는 "수시 합불자료에는 학생들의 성명 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지만 B 씨가 필요했던 것은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아닌 수시 합격 불합격 자료일 뿐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시 합불자료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A 씨의 부주의로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제공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것일 뿐 피고인들이 개인정보 보호법이 규율하는 개인정보를 누설·취득하기 위한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며 A 씨와 B 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양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피고인들은 문자메시지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첫 번째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와 무관한 범죄 정황을 발견했는데도 즉시 탐색을 중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수사기관은 2024년 4월 '예상 문제를 만들어 학원에 유상으로 제공한 혐의'(업무방해)에 관해 A 씨를 수사하면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수사기관은 압수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추출해 탐색하다가 A 씨와 B 씨가 C 고등학교 수시 합불자료를 주고받은 내용의 문자를 발견했다. 이어 C 고등학교에 수시 합불자료를 요청해 받았다.

그런데 첫 번째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일시'는 '2022년 8월'이었고 '압수할 물건'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교재 유출·공유에 관한 문서나 자료'였다. 즉 수사기관은 영장에 기재한 범죄사실과 무관한 2017년 8월 문자메시지를 인지했는데도 탐색을 이어간 것이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수사기관은 즉시 탐색을 중단해야 했음에도 무관정보인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이 문자메시지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고도 기존 경찰청 전자정보 저장장치에 보관하던 전자정보 중 문자메시지를 압수한 점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바가 없고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어려웠을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은 첫 번째 영장의 압수·수색 절차가 종료되면서 당연히 삭제·폐기돼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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