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 노쇼' 권경애 상대 손배소 파기환송…"9000만원 각서 인정"(종합)

6500만원 위자료는 확정…피해자 측 "기각 부분 아쉬워"

이른바 '재판 노쇼'로 피해를 입은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2024년 9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에 대한 재징계 청구서 제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9.11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김종훈 기자 = 학교폭력 관련 소송을 수임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의뢰인이 패소 확정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6500만 원을 법무법인과 연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여기에 대법원은 권 변호사가 뒤늦게 패소 사실을 알리면서 지급하기로 약정한 9000만 원에 대해 청구한 부분까지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가 이 씨에게 6500만 원을 지급하고, 해미르는 별도로 2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단 부분은 확정했다.

그러나 이 씨의 약정금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해선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 이 씨가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대리인을 맡았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2022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받게 했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거나 새로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이 씨에게 패소한 사실을 이듬해 알리면서 3년간 매년 말까지 각각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교부했다.

이에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불법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가 공동으로 이 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지난해 10월 1심보다 다소 늘어난 6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해미르에는 별도로 2심 수임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2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이 씨 측이 추가로 주장한 이행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이행각서 작성 당시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약정금 지급 조건으로 했는데, 결국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위자료 및 소송위임계약 종료에 따른 수임료 청산금 청구 판단은 그대로 확정하고, 이 씨의 약정금 청구 부분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가 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되어 있지 않는다"며 "내용상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그 기재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이어 "권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이므로 이행각서의 작성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 조건을 이행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이 씨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자료 판단 부분에 대해서는 법리를 오해하거나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날 선고 직후 이 씨는 취재진에게 "권 변호사가 잘못한 부분들을 여러 서면으로 반박했는데도 기각된 부분에 대해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씨 측 대리인은 "각서 관련 청구를 인정한 거면 1억5000만 원 이상 배상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권 변호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위자료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따질 기회는 사라져 아쉽다"고 밝혔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