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당한 사유로 진단서 발급 거절한 의사, 의료법 위반 아냐"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헌법재판소.ⓒ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의사가 정당한 사유로 환자의 진단서 발급 요청을 거절한 경우, 이를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의 판단은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의사 노 모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서울북부지검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1일 공시했다.

노 씨는 지난 2021년 9월 환자 황 모 씨의 진단서 발급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했다는 혐의(의료법 위반)로 고발당했다. 의료법 제17조는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단서 교부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진단서는 '허리 디스크' 병명이 적힌 진단서였다.

황 씨는 2021년 8~9월 3주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허리 디스크를 주장했는데, 정작 복부·골반 CT 검사와 내과 협진 진료 결과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황 씨는 결국 추가 검사를 받지 않고 스스로 퇴원했다.

황 씨는 사흘 뒤인 13일 지인 이 모 씨와 함께 병원을 찾아왔고, 이 씨는 '허리 디스크' 병명이 적힌 황 씨의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병가를 내려면 병명이 적힌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노 씨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없이는 허리 디스크를 특정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기존 검사로는 허리 디스크 병명을 특정할 수 없으니, 추가 검사를 받은 뒤에 진단서를 교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씨는 노 씨가 진단서 발급을 거부하자 의료법을 어겼다며 고발했다. 검찰은 노 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행위 자체는 인정되나 검사의 재량에 따라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불기소하는 처분이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인(노 씨)가 이 사건 환자(황 씨)에 대한 진단서 교부를 거부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