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합법화' 앞두고 대법 선고…'문신=의료행위' 30년 법리 바뀌나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 앞두고 대법 전합 판단
두피·레터링 문신 시술자 2명 1·2심 모두 벌금형

국내 최초 문신산업박람회 ‘PTS문화예술대전'에서 타투 경연 참가자들이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5.9.15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을 21일 내놓는다.

그동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는 법리를 유지해온 가운데,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판단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문신 시술자 A 씨와 B 씨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문신 시술을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단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처벌돼왔다.

헌재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타투유니온이 낸 헌법소원에서는 지난 2023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이번 전합에 오른 두 사건도 하급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1·2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두피 문신 시술은 바늘을 이용해 문신용 염료를 찍은 후 두피를 찔러 염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뤄져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습을 수반하고,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면서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해 재판에 넘겨진 B 씨 사건에서도 1·2심 모두 비의료인이 문신 기계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주입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B 씨 측은 의료행위 개념이 불명확하고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에 포함하는 해석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의료행위 개념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하면서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재량 영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해 10월 문신사법을 제정해 일정한 면허와 위생관리 요건을 갖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문신사법 시행 시기인 내년 10월 29일 전까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여전히 금지된다.

최근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유죄를 선고한 반면, 사회적 인식 변화와 문신사법 제정 등을 이유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합 선고는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 기존 '문신=의료행위' 법리를 그대로 유지할지, 문신 시술의 종류와 위험성,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해 판단 기준을 다시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두피 문신 사건에서는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위법성 조각 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에 포함됐다.

전합이 문신 시술의 위법성 조각 가능성까지 판단할 경우 향후 유사 사건의 처벌 범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