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하청과 교섭 의무 있나…오늘 'HD현대중' 노봉법 가늠자 나온다
대법 전합, 사용자성 범위 판단…1·2심은 노조 패소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원청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1일 나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뒤 현장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합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어떻게 제시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앞서 하청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조가 요구한 교섭 사항에는 조합 활동 보장, 산업안전·재해보상, 고용보장, 노동쟁의, 하청업체 폐업 시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승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이 이에 응하지 않자, 하청노조는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노조에 대해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보장 등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다.
그러나 2018년 4월 1심은 노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같은 해 11월 2심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원심은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급여체계와 취업규칙, 인사관리 규정을 두고 근로자 채용 여부와 규모를 자체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근태 관리와 징계 문제에서도 실질적·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HD현대중공업이 협력사 운용 지침이나 작업자 현황 문서 등을 작성한 것 역시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도급인으로서 요구사항을 전달하려는 것일 뿐 실질적인 업무지시권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에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기본적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는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은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원청이 하청노조 활동을 방해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는 있어도, 그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날 전합이 원심을 파기할 경우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범위에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질 수 있다는 법리가 제시될 수 있다. 다만 교섭 의무가 전면 인정되기보다는 교섭 사항별로 원청의 지배·결정 가능성을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의 파기환송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상고가 기각되면 개정 전 노동조합법 아래에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제한적으로 본 기존 판단이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 교섭 요구를 둘러싼 분쟁이어서 노란봉투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전합이 단체 교섭상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판단한다는 점에서 개정법 시행 이후 사건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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