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본안행 3건으로…'절차' 넘어 '위헌적 법률 해석'도 심판대
재건축·압수수색 사건…"법원 해석, 기본권 침해" 주장
법 해석과 헌법 문제 경계 쟁점…"4심·전문가 위주" 우려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 3건으로 늘면서 사전심사 기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첫 회부 사건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적용이라는 절차적 위헌성을 문제 삼았다면, 이번에 추가 회부된 두 사건은 법원의 법률 해석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심리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12일) 재판소원 사건 2건을 추가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 11일까지 접수된 651건 가운데 전원재판부에 넘겨진 사건은 총 3건이 됐다. 누적 각하 건수는 523건이다.
이번에 새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판결의 취소를 구한 사건과 고(故) 이예람 중사 특검 수사 당시 압수수색을 받은 변호사가 대법원 재항고 기각 결정을 다투는 사건이다.
두 사건은 공통으로 법원의 법률 해석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 청구 사유를 크게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법률을 위반한 경우로 나눈다.
재건축조합 사건의 쟁점은 옛 도시정비법상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규정을 민간 사업시행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합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이후 서울고법에서 조합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조합 측은 현황도로가 무상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민간 사업시행자에게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황도로는 도로로 표시돼 있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를 말한다.
조합은 이 같은 해석이 공공·민간 사업시행자를 달리 취급해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이예람 중사 특검 압수수색 사건의 핵심은 참고인에게도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교부해야 하는지다.
김영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특검이 2022년 7월 참고인 신분인 자신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면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았다며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준항고를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김 변호사가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장 사본 교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 결정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위헌적으로 해석해 평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두 사건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넘겨진 녹십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녹십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관련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면서 재판소원을 낸 바 있다.
녹십자 사건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적용 자체가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절차 위헌형'이었다면, 이번 두 사건은 법원이 특정 법률 조항을 헌법에 반하는 방향으로 해석·적용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재판소원 심리 대상이 절차 위헌을 넘어 위헌적 법률 해석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사건이 사전심사를 통과한 데는 단순히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주장이 아니라, '법원 해석대로라면 헌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나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는 논리를 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재건축 사건은 같은 현황도로를 두고 사업시행자가 공공이냐 민간이냐에 따라 무상양도 여부가 갈린다면 그 차별을 헌법이 허용하는가의 문제로 연결된다"며 "압수수색 사건 역시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처분을 받은 참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부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두 사건의 회부 사실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여지가 있다. 관련 규정이 문제 될 수 있는 경우 사안에 따라 국회에도 통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사건에서 법률 조항의 해석·적용이 본안 쟁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법원의 최종적인 법률 해석을 헌재가 다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4심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재판소원 사건들에서도 법률 해석 위반을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전심사를 통과한 두 사건이 각하 사건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본안 심리에서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다른 재판소원 사건들에서도 법률 해석 위반을 주장하는 사건들이 많을 텐데, 헌재에서 사전심사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다른 사건과 구별되는 점에 대한 설명이 완전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특정 법률 조항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본안에서 깊게 다룰 경우 사실상 법원의 법률 해석을 다시 심사하는 4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본안에서는 단순한 법률 해석 오류와 헌법 위반을 구별하는 기준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초기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들이 모두 대형 로펌이나 법률전문가가 관여한 사건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녹십자 사건과 재건축조합 사건은 각각 율촌·광장 등 대형 로펌이 대리했고, 압수수색 사건은 청구인 본인이 변호사다.
한 변호사는 "제도 취지는 법원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의 권리 구제인데, 3건에는 법리 구성 능력이 뛰어난 대형 로펌이나 법조인이 관여했다"며 "일반 국민이 단순 권리침해를 호소하는 방식만으로는 사전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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