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임신중절' 병원장·산모, 2심서 살인 혐의 부인

산모 "사산 후 배출로 인식, 미필적 고의 없어"…전문의 증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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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임신 36주 차 산모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과 산모가 2심에서 살인죄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용석)는 12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병원장 윤 모 씨(80), 집도의 심 모 씨(62)와 산모 권 모 씨(26) 등의 2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1심은 윤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 원, 심 씨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권 씨에게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구조적·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고 보인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윤 씨 측은 "유사 사례에 비해 과중한 형이고, 산모의 자기 결정권에서 비롯된 사건 아니냐"며 "수술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심 씨 측은 "생명을 경시해서 한 사태가 아니고, 은폐 시도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수익 분배 조건도 몰랐고 제왕절개 후에 인도하고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며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했다.

권 씨는 사산 후에 배출하는 것으로 인식했고,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며 법리 오해와 사실오인을 주장했다.

권 씨 측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오랜 기간 근무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태아가 독자 생존이 가능한 시기인 후기 임산부의 경우 실제로 임신 중절을 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신중절이 실제로 어떻게 시행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청취하고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 받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병원장 윤 씨와 집도의 심 씨는 지난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인 산모 유튜버 권 씨의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한 후 태아를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 씨는 권 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로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몄다. 또한 수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했다.

검찰 조사 결과 윤 씨는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겪자, 낙태 수술을 통해 수입을 얻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임신중절 환자들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심 씨는 건당 수십만원의 사례를 받고 수술을 집도했다.

윤 씨는 이 기간에 브로커들에게 환자 527명을 소개받아 총 14억 6000만 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았다. 윤 씨에게 환자를 알선한 브로커 2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권 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하며 시작됐다. 영상을 두고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4년 7월 유튜버와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낙태죄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1심은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인공 배출돼 '살아 있는 사람'이 됐다며 이들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윤 씨는 징역 6년과 벌금 150만 원, 심 씨는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권 씨에게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구조적·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고 보인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2명은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