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대가 3300만원대 뇌물 수수한 현직 부장판사 재판행

공수처, 김 모 부장판사 뇌물수수 등 혐의 적용 기소
'뇌물 공여자' 고교 선배 정 모 변호사도 기소돼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고등학교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대가로 3000만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6일 재판에 넘겨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이날 오전 "재판을 매개로 수천만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현직 부장판사와 그에게 뇌물을 공여한 고교 동문 변호사를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모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7기·44)는 2023년 5월 3일~2024년 9월 4일 전주지법 항소심 재판장으로 재직하며 고교 동문 선배 정 모 변호사(연수원 36기·48)가 대표인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에 대해 1심과 달리 법무법인 측에 유리하게 형량을 감경한 대가로 3300여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김 부장판사는 재판 편의 제공 대가로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정 변호사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약 1년간 무상으로 제공받아 차임 1400여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여만 원 상당을 정 변호사에게 대납하게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아울러 김 부장판사는 2024년 9월 4일 정 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 원이 담긴 견과류 선물상자를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돼 1회 100만 원을 초과한 금품 수수 혐의(부정청탁금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이 밖에 정 변호사와 공모해 2024년 4월쯤 위 대납받은 공사 비용 1500여만 원이 김 부장판사에게 귀속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김 부장판사 배우자가 이 사건 상가에 설치한 그랜드 피아노 1대를 공사비용에 갈음해 양도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허위 합의해제 서면을 작성한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도 있다.

공여자인 정 변호사에게는 뇌물 공여,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전북경찰청에 고발된 이 사건에 대한 이첩 요청권을 행사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주지법, 정 변호사의 법무법인 사무실, 피의자 주거지 등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3월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두 달간 추가 보완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의 변호인으로부터 재판을 매개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밝히고 기소에 이른 이례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전문 수사역량을 바탕으로 사법절차 관련 부패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법절차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