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단체협약·취업규칙에 없는 징계 처분…위법"

"아무런 근거 규정 없는 징계 처분, 효력 인정 어려워"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가정법원 제공)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회사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징계로 명시돼 있지 않은 징계를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10월 B 사에 입사해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 사무장으로도 활동했다.

B 사는 2024년 5월 A 씨에 대해 △문서 조작 및 허위 보고 △사문서 누설 및 유출 △월권 △정당 업무 지시 거부 등 사유를 들어 정직 1개월 및 보직 변경 징계 처분을 했다.

A 씨는 곧바로 재심을 신청했으나 회사는 재심 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 처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는 A 씨의 보직을 사무직(생산 관리)에서 현장생산직(조립·시험반)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인사 명령을 냈다.

A 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구제 신청을 냈으나 기밀 누설, 월권 등 일부 징계사유가 정당하고 징계재량권이 일탈·남용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 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보직 변경을 징계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도 A 씨의 징계 처분에 포함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므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를 둔 징계 규정에서 징계 종류로 명시되지 않은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회사가 아무런 근거 규정 없이 A 씨에 대해 징계하면서 보직 변경을 징계처분에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직 변경이 위법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회사가 A 씨에게 정직 징계만 했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부 징계사유는 정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다시 징계양정을 하더라도 정직 1개월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에 중노위는 항소장을 제출했고, 항소심은 행정6-3부(고법판사 박영주 김민기 최항석)에서 심리하고 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