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평 거실에 성인남성 15명…'콩나물시루' 안양교도소 가보니
우리나라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열악한 시설에 수용률 134% '최고 수준'
재소자 예민해 교도관 업무 난도↑…교정청 독립 통한 시설·교화 개선 계획
- 김종훈 기자
(안양=뉴스1) 김종훈 기자
곰팡이가 핀 벽지와 천장에 훤히 드러난 배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복도 바닥과 창틀, 7평 거실에 빽빽히 들어앉은 수용자들.
지난 15일 기자가 방문한 안양교도소는 과거 포로수용소를 연상하게 할 만큼 열악했다. 지난 1963년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현재 위치에 자리 잡은 뒤 일부 보수 공사를 거쳤지만 낡은 시설 곳곳에서 퀴퀴한 냄새가 흘러나와 코끝을 찔렀다.
설상가상 매년 법원에서 실형을 받고 수용시설로 들어오는 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교도소는 과밀을 넘어 '폭발 직전' 상황에 이르고 있다. 안양교도소 수용률은 134.4%(17일 기준)로, 전국 평균(지난해 기준 125.8%)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만큼 교정시설을 관리하고 범죄자 교화를 책임지는 교정공무원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교정시설과 공무원 숫자는 제자리걸음하고 있어, 현장의 '곡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법무부 출입기자단은 수용자 신분으로 입소해 교도소 구석구석을 직접 살폈다. 취재진이 찾은 안양교도소는 지어진 지 60년이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로 시설이 열악했다.
관리·감독을 위해 복도와 수용시설 주요 곳곳을 비추는 490여 대의 고화질 폐쇄회로(CC)TV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설이 낡은 모습이었다. 수용자가 머무는 수용거실 장판은 여기저기 틈이 벌어졌고, 벽지는 찢어지고 들떠 성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취재진이 입소한 수용거실은 일명 '큰방'으로 교도소에서 가장 넓은 수용거실이다. 7평 남짓(24.61㎡) 한 방에 15~17명이 지내는 곳이다. 정원은 9명이지만 1명이 지낼 공간에 2명이 들어가는 셈이다.
들어가기 전에는 가정집 거실처럼 널찍해 보였지만 성인 남성 15명이 들어가니 공간이 빽빽히 들어찼다. 앉기만 해도 비좁았지만 누우면 양옆으로 몸을 뒤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협소했다.
공간도 문제지만 생리현상 해결도 문제다. 대부분 잠을 자고 일어나면 화장실을 들르게 되는데,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다 사용하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교도소 생활 중 문제를 일으켜 가게 되는 '징벌 수용실'은 독거실로 더욱 열악한 환경이었다. 독거실은 약 1평(4.13㎡) 규모인데, 과밀 수용 문제로 한 방에 2명이 들어가기도 한다. 들어간 수용자가 화를 내며 벽지를 찢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잦아 성한 방이 드물었다.
이렇듯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용자들이 예민해져, 이들을 관리하는 교도관들의 업무 부담도 상당하다. 교정직 공무원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A 교도관은 "더위가 심한 여름이면 더 관리가 어렵다"며 "교도관과 수용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수용자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신고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수용동 복도 곳곳에는 인권위 진정함이 걸려있는데 누구든 지나가다 투서할 수 있는 구조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716건에 불과했던 인권위 진정 건수는 이듬해 4528건으로 급증했다가 지난 3년간 4500~4800건 대를 유지하고 있다.
6년째 근무 중인 B 교도관은 "일하면서 인권위 진정을 몇 번 받았는지 세는 것도 포기했다"며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수용자를 대할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진정뿐만 아니라 과밀 수용으로 인한 내부 사고 발생도 증가 추세다. 일평균 수용인원이 5만 4624명이던 2019년에는 수용인원 대비 교정사고 비율이 1.8%였지만 수용인원이 6만 1366명까지 늘어난 2024년에는 교정사고 비율이 3.1%까지 급상승했다.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체감된다는 게 교정공무원들의 설명이다. A 교도관은 "처음 입직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감당이 안 되진 않았다"며 "공무원 수는 묶여 있는데 관리할 사람이 늘어나니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07년 교정공무원 1만 2033명이 1일 평균 수용인원 4만 6313명을 관리했다. 2026년 기준 수용인원은 6만 4000명대까지 늘었지만, 교정공무원은 약 2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정본부는 사람을 가두는 처벌에 매몰되지 않고, 교화를 통한 원활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양교도소에는 수용자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체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봉제 작업장에서는 재소자들이 입는 수용복을 만들기 위해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방석·앞치마 등을 만드는 수용자들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안양교도소에서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도자기 직업훈련소인 '모락요'가 마련돼 있다. 직업 훈련소는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수용자가 배울 수 있고, 기술을 익혀 출소할 때는 기능사 등 자격증을 대부분 취득해서 나간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도자기는 외부 고객에게 판매되고, 이로 인한 수익은 법무부에 귀속돼 세수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과밀 수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재소자 교화 환경 조성을 위해 교정본부를 '교정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교정조직을 부처의 외청으로 두고, 수형자에 대한 개별적·체계적 관리와 재범방지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영국·스웨덴은 법무부의 외청으로 각각 왕립교정보호청과 교정보호청을 두고 있다.
미국·네덜란드·프랑스는 외청은 아니지만 법무부 내 독립성이 보장된 국(局)을 설치해 전문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날 안양교도소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004년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 이곳으로 현장 점검을 왔을 때도 '조만간 새로 짓는다'는 말이 나왔다"며 "지금 시설을 보면 제대로 재소자를 교화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도소 과밀 수용을 비롯한 문제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며 "과밀 수용 해소와 시설 개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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