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범 무죄 확정 됐다면 다른 공범 기소유예도 취소해야"

24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게양대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6.3.24 ⓒ 뉴스1 박정호 기자
24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게양대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6.3.24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소유권자가 불분명하고 공범이 무죄를 확정받았다면, 검찰이 다른 공범을 절도죄로 보고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가 청주지검 검사를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합의로 이같이 결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모친 B 씨와 사망한 부친 C 씨가 운영하던 조경 회사의 한편에 심겨 있던 시가 3억6800만 원 상당의 향나무 8그루를 뽑아 판매한 혐의로 2023년 6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진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공식적인 범죄경력자료인 '전과'가 남지는 않지만, 수사경력자료는 남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A 씨는 왜 아버지 회사에 심겨 있던 향나무를 뽑은 걸까. 발단은 이랬다. 부친 C 씨는 조경식재·수목매매 D 회사에서1998~2000년과 2012~2017년에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 회사는 C 씨 소유 땅에 설립됐는데, C 씨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2006~2008년 토지 일부를 분할해 향나무 8그루를 심었다. C 씨는 식재 공사에 회사 직원을 동원했는데, 그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940만 원을 회사에 납입했다.

사건은 C 씨가 별세한 이후 벌어졌다.

C 씨는 2017년 3월 회사 주식을 전부 처분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인 2018년 사망했다. C 씨의 땅은 부인 B 씨가 상속받았는데, B 씨는 2020년 땅을 매도했다. 이때 토지에 심겨 있던 향나무 8그루도 함께 팔렸다.

D 회사는 A 씨와 B 씨가 회사 소유 향나무를 절도했다며 고소했고,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향나무가 D 회사 소유임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B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헌재는 "토지 위에 식재된 입목은 토지의 구성 부분으로 토지의 일부일 뿐 독립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의 소유자는 식재된 입목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봤다.

특히 향나무가 심어진 2006~2008년은 A 씨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시점이고, D 회사는 지상권 설정 등 향나무의 소유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어떤 법적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헌재는 "향나무가 타인인 피해자 회사의 소유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범인 B 씨 절도 혐의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상, B 씨 행위에 가담한 A 씨에게도 절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