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제2 마약 소굴'?…1.5평 독방에서 무슨 일이

[담장 안 124%] ①화성교도소 직접 가보니…미결수·마약수 '혼거'
교도관 '시선 내 계호 불가'…"마약수 반드시 분리 수용해야"

편집자주 ...교도소와 구치소를 일컫는 '교정시설', 이곳의 수용률은 124%를 넘어섰다. 나날이 심해지는 교정시설 과밀 수용으로 효과적인 교정은 어려워지고, 교도관에 대한 인권침해는 늘고 있다. <뉴스1>은 과밀 수용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담장 안팎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경기 화성직업훈련교도소 2층 여성 수용동에 위치한 독거실 문 앞. '미결'과 '마약'이 적힌 표지판은 이 거실에 미결수와 마약수가 혼거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6.3.6 (법무부 제공)

(서울·화성=뉴스1) 정윤미 남해인 문혜원 송송이 김종훈 기자 = # 304번. 2년간 이곳에서 불릴 내 이름이다. 같이 들어온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 명찰만 '파란색'이다. 한국 나이로 이제 갓 스물 한살, 만으로 아직 10대여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봉사자' 명찰을 달고 입소 절차를 도와주는 여성분은 '분리 조치 대상이라 명찰 색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마약사범이다.

사실 교도소 생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무살 되던 지난해 용돈벌이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하다 구속기소 돼 6개월간 이곳에서 미결수로 지낸 적 있다.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고 풀려났는데, 1년여 만에 기결수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1층 신입실에서 청록색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머그샷을 찍었다. 다른 수감자들과 줄지어 2층 수용동에 도착했다. '마약'이라고 적힌 파란 표지판이 붙은 2번 방을 안내받았다. 흔히 '독방'이라고 불리는 독거실이다.

1년 전 이 방에서 '언니'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당시 수용 공간 태부족으로 신입이었던 나는 언니가 지내는 독거실에 들어가게 됐다. 마약사범 상고수(대법원판결을 앞둔 미결수)라는 것 외에 언니의 정확한 나이도 이름도 몰랐지만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 시절 가족보다도 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우린 매일 살갗을 맞대야 했기 때문이다. 미결수였기에 더욱 그랬다. 작업 의무나 직업훈련 과정이 없었다. 하루 한 번 운동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방 안에서 보냈다. 언니는 취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도무지 언니의 그 기분은 이해할 수 없었다.

3개월 뒤 언니는 유죄가 확정돼 교도소 운영방침에 따라 기결수 수용동으로 옮겨졌다. 교도소 내 다른 방 수감자들과 대화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우린 교도관 눈을 피해 운동장, 면회장 등 이동하며 마주칠 때마다 몰래 눈빛과 손짓을 주고받았다.

퇴소 전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줄지어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언니는 몰래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쪽지에는 031-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만 적혀있었다. 집에 와서 며칠 뒤 언니 생각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언니의 친구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통해 비로소 언니의 그 기분을 알게 됐다. 그 기분에 중독되고 1년여 뒤 파란 명찰을 차게 됐다.

4.89㎡ 공간, 직접 지내보니…혼거실은 '밀어내기' 다반사
화성교도소 수감자 2명이 거주하는 독거실 안 풍경. <뉴스1> 취재진 2명이 독거실 체험을 하고 있다. 2026.3.6 (법무부 제공)

'마약사범 #304번'은 현직 교도관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실제 서울·경기권 교정시설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마약수와 일반수를 분리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교도소 담장 안에선 최근 일반수를 상대로 한 '마약 전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2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전국 교도소 수용 비율은 지난 2일 기준 124.6%를 기록했다. 정원이 100명인데 124여명이 수용돼 있는 셈이다. 전체 수용자(6만 3060명) 가운데 마약수는 7438명(약 12%)으로 1위인 성범죄자 다음으로 많다. 특히 여성 수용자(5349명) 중 마약수(846명) 비율은 약 16%로 평균보다 높다.

교정시설 과밀 수용은 비단 마약 전파 문제뿐 아니라 교도소의 기본적인 역할인 교정과 교화를 어렵게 한다.

뉴스1은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의 실태를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3월 6일 경기 화성직업훈련교도소(화성교도소)를 찾았다. 화성교도소 수용 비율은 약 120%다. 경기 남부와 인천 등 관할지역 내 구치소가 부족해 교도소에서 미결수를 수용하고 있다.

취재진은 화성교도소 여성 수용동에서 일반 수감자와 동일하게 입소 절차를 마치고 4.89㎡(1.48평) 크기의 직사각형 독거실에서 들어갔다. 화장실 문 여닫는 공간을 제외하면 방 안은 평균 신장의 성인 여성 두 명이 정자세로 누우면 꽉 찼다. 이불, 생활용품 등 최소한의 개인 살림이 놓으면 두 다리 뻗을 공간은 사라지게 된다.

혼거실도 여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명 정원의 소거실에 4명, 6명 정원의 중거실에 7명 그리고 8명 정원의 대거실에는 11명까지 수용돼 있다. 취재진이 들어간 4인 소거실 역시 각종 살림들로 빼곡했다.

이곳에선 '자리다툼'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발길이 잦은 화장실 앞은 모두의 기피 구역이다. 찜통더위에는 선풍기 세권이 인기다. 교도소는 수용자 간 갈등 방지 및 안전을 위해 '취침 자리 지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텃새, 일명 '밀어내기'도 다반사다. 초과 인원을 내보내기 위해 특정 수감자를 표적으로 삼고 나머지 수감자들이 작당 모의해 내보내는 식이다. 반대로 독거실에 가고 싶어서 방 안에서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다른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사례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화성교도소 한 소거실 모습. 수용 인원 과밀로 정원 3명에 실제 수감자 4명이 거주 중이다. 실제 수용 인원 수 만큼 <뉴스1> 취재진이 직접 방 안에 들어가 누워보니 두 다리를 제대로 뻗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6.3.6 (법무부 제공)
"'시선 내 계호' 사실상 불가능…마약수 반드시 분리해야"

교도관은 항상 자신의 시선이 닿는 범위 내에서 수용자를 경계하고 지켜야 한다. '시선 내 계호(戒護)' 원칙이기 때문이다. 교도관 직무규칙에 따르면 교도관이 수용자를 계호할 때는 수용자를 자신의 시선 또는 실력지배권 밖에 둬서는 안 된다. 수용자가 작업·운동 등 동작 중인 경우 항상 시선으로 인원에 이상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과밀 수용시설에서 이 같은 직무 원칙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공무원 1만6522명, 수용자는 6만3060명으로 파악됐다. 화성교도소에는 1740명이 수용돼 있다. 주간 360명, 야간 28명이 근무한다. 단순 계산하면 교도관 1명당 수용자 6명을 관리하는 꼴이다.

교정당국은 과밀 문제의 심각성을 수용자 수와 직원 수를 단순히 나누기하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결수 재판 등 출장, 주야간 교대, 직원 연차 및 휴가 등을 제외하면 교도관 1명당 실질 계호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교정 관계자는 "보안 직원의 경우 한 명당 실질 계호 대상은 50~100명"이라며 "직원들의 계호 부담과 피로 누적에 따른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13년째 교도관으로 재직 중인 A 계장은 "수용인원 초과로 현실적으로 시선 내 계호가 어렵다 보니 운동을 나간 수감자가 샛길로 세거나 작업장 이동 중에 몰래 화장실에 숨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17년간 직업훈련 교육을 하는 강사 B 씨는 "수업 중 교도관 전화를 대신 받거나 교도관의 식사 시간에 교대해 업무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정당국은 최근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마약수와 일반수 분리 수용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A 계장은 "마약수들은 항소심 재판이 끝나면 대법원판결을 기다리면서 어쩔 수 없이 미결수 방에서 같이 지내게 되는데, 이때 마약 구입 방법 등 정보 공유가 어마어마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25년 이상 교도관으로 일하는 C 계장 역시 "마약수들은 대개 사람 포섭을 잘한다. 그렇다 보니 일반수들이 쉽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초범이나 20대 어린 수용자가 물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석방되고 몇 년 뒤 마약 혐의로 재구속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며 "마약수들은 반드시 분리 수용돼야 한다"고 했다.

안영삼 화성교도소장은 "과밀 수용으로 교도관들이 수용자 관리를 제대로 못 하게 되면 교정 효과가 떨어져 재범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용자들을 위한 교화 프로그램, 직업훈련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생활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