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형사 기록 확보' 틀 잡혔지만 민사 아직…각하 사건 불만

형사 기록 검찰서 전자인증등본으로 확보…민사·행정은 정비 단계
헌재 "4심 아냐" 기록 활용 범위 제한…현장선 "검토 필요성" 지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심리에 필요한 형사재판 기록을 대검찰청을 통해 전자 인증등본 형태로 확보하기로 하면서 제도 초기 과제로 꼽힌 '기록 확보' 체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비 과정에서 재판소원 심사 과정에 재판 기록을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지를 두고 제도 설계와 현장 인식 사이의 시각차도 감지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대검 공판송무부와 재판소원 심리에 필요한 형사 재판의 사건 기록을 전자 인증등본으로 송부받기로 협의했다. 형사 확정 재판 기록은 통상 검찰이 보관하고 있다.

민사·행정 사건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대법원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재판기록 송부 절차, 의견 제출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재판소원 후속 조치 연구반을 꾸려놓은 상태다. 헌재는 법원이 기록 송부 방식을 제안하면 검토하는 구조라는 입장으로, 법원 내부 정책 결정 이후에야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74건의 각하 결정문을 보면 민사·행정 사건은 여러 유형의 재판을 함께 청구한 경우를 포함해 전체(76건)의 절반에 가까운 48.6%를 차지한다. 각 유형별로 민사 25건, 행정 12건, 형사 39건으로 집계됐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는 '4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록 활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청구서에 기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일차적으로 가려낸 뒤 필요한 경우 심판 회부 이후에 기록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전심사 단계에서는 별도의 재판 기록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상태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원 사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기록을 바로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판 회부 이후에 필요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기준을 두고 현장 체감과 간극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사 재판과 관련해 재판소원을 제기했다가 최근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 결정을 받은 한 변호사는 "법원의 재판이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을 판단하려면 일정한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재판소원 청구 뒤 헌재에서 추가로 기록을 내라는 명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적으로 관련 재판 자료를 제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각하 결정이 나왔다"며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을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기록 활용 범위와 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전심사 단계의 판단 방식, 본안 심리에서의 기록 확보 범위가 재판소원 제도의 운용 방향과 내실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헌법심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헌재의 논리에도 수긍이 가는 면은 있지만, 실제 사건에서 어느 정도까지 기록을 토대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