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니 '출퇴근 복무'하겠다"…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소송 각하

"대체역법, 위헌·자의적 차별 아냐…합숙 복무해야"

[자료]서울행정법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자녀가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도 대체역법에 따라 예외 없이 36개월간 합숙 복무를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A 씨가 병무청장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상근예비역 제도 준용 요청 거부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심리 없이 절차를 마무리하는 결정을 말한다.

A 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한 대체역법에 따라 2023년 10월 대체복무 요원으로 소집돼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합숙하며 복무했다.

2024년 9월 딸을 출산한 A 씨는 8개월 후인 2025년 5월 병무청과 법무부에 "자녀를 부양하고 돌보면서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병역법상 상근예비역 제도를 준용해 출퇴근 형태로 복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병무청은 대체역법은 대체복무 요원이 36개월간 합숙하며 복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에서 자녀가 있는 모든 병역의무자가 출퇴근할 권리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는 취지로 거절했다.

법무부도 대체역법이 36개월간 합숙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대체역은 병역법상 현역 또는 보충역과는 종류를 달리하고 있다는 등 이유로 A 씨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A 씨는 현역과 보충역보다 대체역을 자의적으로 차별해 헌법 11조에 위반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헌·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법무부와 병무청 손을 들어줬다. 대체복무제의 목적을 고려할 때 대체역법을 위헌이나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고, 법무부와 병무청은 A 씨가 합숙 이외의 출퇴근 형태로 복무할 수 있도록 결정할 재량권이 없다는 것이다.

또 병무청과 법무부의 회신은 대체역법이 정한 사항을 통지한 것에 불과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 아니라며 A 씨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체역법은 현역 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해 대체역 편입심사 곤란성과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현역 복무와 대체복무 간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공익이 A 씨의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녀가 있는 병역의무자에 대해 합숙 의무 예외를 두는 것은 병역 의무와 관련한 일종의 시혜적인 조치로 넓은 입법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며 "국가에 부모의 자녀 양육을 지원할 헌법상 과제가 부여돼 있다 하더라도 곧바로 헌법이 대체복무 요원들까지 합숙 복무의 예외를 인정해야 할 명시적 입법 의무를 부여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