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개업 전날 "고사 지내자"는 말에 다툼…母 흉기로 찌른 아들

[사건의재구성] 범행 후 여자친구 집에서 체포
어머니는 줄곧 "처벌 안 원해"…징역 3년 선고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10년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아들은 한국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용직과 식당 직원 일을 하며 지내던 그는 2023년 봄 직접 일식당을 열기로 했다. 어머니와 함께 준비한 개업식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가게가 잘되게 고사를 지내자"는 어머니의 제안은 끝내 모자간의 참극으로 번졌다.

사건은 2023년 4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거주하던 자택에서 벌어졌다. 법원 등에 따르면 어머니는 다음 날 아들의 일식당 개업을 앞두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홍어와 떡, 김치, 머리고기까지 맞춰놓고 고사를 지내려 했다. 하지만 아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젊은 손님들이 오는 곳인데 냄새가 나서 안 된다", "점심에는 생선을 사러 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하려 한다고 여겨 크게 화를 냈다. "집에서 나가라, 너는 가족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쏟아졌다. 개업을 하루 앞둔 집 안은 순식간에 싸움터가 됐다. 모자는 서로 집 안의 물건을 던질 정도로 거세게 충돌했다.

법정에서 어머니는 그날 장면을 비교적 또렷하게 떠올렸다. 얼굴이 벌게진 아들은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흉기를 들고 다시 나왔다. 아들은 칼을 든 이유에 대해 재판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생기면 어머니가 화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까 싶어 칼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결국 아들은 현관 앞에서 자신의 옷가지를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던 어머니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어머니는 그대로 쓰러졌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와 간 등이 손상되는 큰 상처를 입었다. 간과 폐 일부를 절제하고 횡격막 손상을 봉합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아들은 범행 뒤 곧바로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기절한 어머니를 보고도 곁을 지키지 않았다. 119에 신고한 뒤에도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현장을 떠났고, 차를 몰고 여자친구 집으로 향했다. 그는 결국 여자친구 집에서 체포됐다.

재판에서 아들은 흉기로 어머니의 옆구리를 찌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해의 고의만 있었을 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아들은 법정에서 "범행 상황이 명확히 기억나지 않고, 어머니가 피를 흘리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피를 보고 호흡곤란이 와 집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런 진술이 모순된다고 봤다. 이어 "아들이 어머니가 다쳤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쉽게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결국 아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2023년 9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려 했던 피고인의 범행은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라며 "죄책이 무겁고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수사기관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처벌불원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A 씨가 자신의 행동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말다툼 과정에서 화를 참지 못해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