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 분리된 공범, 허위 진술하면 위증 처벌"…대법 전합, 판례 유지

"피고인 지위 벗어나 공범의 증인될 수 있어"…기존 판례 유지
노태악 후임 공석·법원행정처장 사임 뒤 전합 선고…12명 참여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일곱 번째)과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모해위증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6.3.19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변론이 분리된 상태에서 공범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법정 진술을 한 피고인을 위증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하수관거 정비 공사 현장 책임자였던 A 씨는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면서 사진을 조작해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로 2016년 업체 대표 B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B 씨가 사진 조작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A 씨에게 징역 1년,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A 씨는 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B 씨가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모해위증)로 별도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A 씨의 모해위증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사건의 쟁점은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이라도 변론이 분리된 경우 모해위증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 전합은 직권으로 이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되면 피고인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다른 공동피고인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판례 법리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자기부죄거부특권(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권리)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며 "증인 적격이 인정되는 피고인이 증인신문에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고도 자기 범죄사실에 관해 허위 진술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마약 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공범 간 공모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공범 진술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동 피고인에게 증인으로서 진실 의무를 부과하고 허위 진술 시 위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반면 오경미 대법관은 소송 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에는 공동 피고인의 피고인 지위가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오 대법관은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진술 부분에 대해서는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 진술을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전합 선고에는 대법관 12명이 참석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이 공석인 가운데, 최근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난 박영재 대법관도 이번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