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나흘 새 44건, 연 1.5만건 예상…사전심사 8명으로 감당될까
사전심사서 대다수 각하된다지만…"예상 건수 대비 인력 역부족"
'명백한 경우 이유 없이 기각' 법안 발의…심불 기각 비판과 닮은꼴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나흘 만에 40건 넘는 사건이 접수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처리 역량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전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8명에 불과한 만큼 향후 사건이 급증할 경우 심사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전격 시행된 뒤 현재까지 총 44건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7건은 주말 사이 전자 접수를 통해 접수됐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수정구 당협위원장 역시 대법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3일 재판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평일·주말을 막론하고 사건이 접수되면서 향후 접수 규모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연간 1만~1만 5000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제기된 재판소원 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사전심사 절차를 거쳐 초기 단계에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청구하거나 헌재법상 청구 기간(판결 확정 뒤 30일)을 넘긴 경우,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등이 대표적인 각하 사유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사전심사 인력만으로는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헌재법 72조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 사건을 사전 심사한다. 이들을 보좌하는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는 헌법연구관 8명 규모로 꾸려졌는데 이는 기존 헌법소원 사전심사부 인력(7명)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헌재가 처리한 전체 헌법재판 사건이 3111건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재판소원 도입으로 연간 1만~1만 5000건 접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재판소원 사건 적체 우려가 계속되자 정치권의 제도 보완 논의도 시작됐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 결정문에 별도 이유를 적지 않고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헌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결정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건을 기각하는 방식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기본권 구제 절차로 마련된 재판소원 제도에서 이유 없는 기각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별도 선고 없이 사유를 간략히 처리하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에 대해 제기돼 온 비판과도 유사하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민사·행정·가사 등 사건에서 상고이유가 헌법·법률·대법원 판례 위반 등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일종의 '간이 판결'인 셈이다.
이 경우 대법원은 별도 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결문에 기각 사유를 적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에 매년 3만~4만 건의 상고 사건이 접수되는 상황에서 14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에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1994년 도입됐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 상당수가 대법원판결 이유에 대한 불만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큰데, 헌재가 기각 사유조차 밝히지 않을 경우 청구인 입장에서는 절차만 한 단계 더 거친 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재판소원 심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헌재 산하 연구회인 헌법실무연구회(회장 정정미 재판관)는 오는 20일 내부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재판소원 사전심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재판관들의 업무 과부하, 심리 지연 문제 등을 두고 재판관·연구관, 학계와 실무 연구자들의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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