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 쉰들러 ISDS 승소 배경보니…중재부 "韓정부, 의무 위반 없어"

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 위해 위법…금융당국, 책임 방기"
정부 "주주간 사적 분쟁, 법령·관행 준수"…중재판정부, 정부 논리 수용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업체인 쉰들러(Schindler)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2시 3분 PCA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쉰들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2026.3.14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정부가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하며 약 3250억 원의 배상책임을 면했다.

사건을 심리한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은 주주 간 사적 분쟁'이라는 정부 측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전날 쉰들러가 중재절차에서 주장한 320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 우리 정부는 소송에 들어간 약 96억 원의 비용도 쉰들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쉰들러는 지난 2018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조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아 최소 3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회사 운영이 아닌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고 이는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FTA) 부속 투자협정 위반이라는 게 쉰들러 측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하고, 2016년에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에 콜옵션을 헐값에 양도해 위법행위가 있다며, ISDS를 제기했다.

또 쉰들러는 이 과정에서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수차례 민원·신고를 통해 조사를 요청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업체인 쉰들러(Schindler)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2시 3분 PCA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쉰들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2026.3.14 ⓒ 뉴스1 박정호 기자

반면 정부는 사건의 본질이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사이 경영권 분쟁'에 불과한데, 그 책임을 정부로 돌리려는 부당한 ISDS 제기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금융 당국이 국내 법령과 관행을 준수해 조치를 내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 측은 쉰들러 측이 제기한 '대기업 편들기'나 '외국인 투자자 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양측 주장을 청취한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는 △공정·공평대우(FET) 의무 위반 부존재 △충분한 보호 조치 및 안전(FPS) 의무 위반 부존재를 근거로 쉰들러 측 청구를 기각했다.

중재판정부는 FET 위반이 성립하려면 규제당국의 조치가 단순한 국내법 위반을 넘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치가 있거나 악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는데, 우리 금융당국의 의무 위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협정상 FPS 의무는 법적 보호까지 확대되지 않는다는 게 중재판정부의 판단이다. 판정부는 법적 보호를 포함하더라도 쉰들러 측이 이미 국내에서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았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투자협정 위반이 없다며 쉰들러가 주장한 개별 손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다.

아울러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이 적용돼 우리 정부가 그간 지출한 소송비용 약 96억 원(선고일 환율 기준)을 쉰들러가 부담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18년 중재의향서 접수 이후 8년간 진행된 대형 투자 분쟁"이라며 "우리 정부가 치밀한 법리 개발과 증거 수집을 통해 국제중재에서 완벽히 방어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승소는 우리 정부의 ISDS 사건 중 중재절차 본안 심리단계서 '전부 승소'를 거둔 역대 두 번째 사례다. 첫 사례는 지난 2024년 중국투자자 ISDS 중재절차 사건이다.

정부는 "이번 승소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규제권 존중'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의의가 크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사적인 분쟁을 국제법상 국가책임으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받으려는 시도를 차단해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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