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마약 테러' 주장 60대, 혐의 부인…"의견 표명일 뿐"

게시글·영상 362개 올려놓고…"검찰이 일부 문장만 발췌해 왜곡"
"허위 인지 못했다" 주장…언성 높이고 재판부 말 끊기도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1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남성은 이태원 참사가 '마약 테러'로 인해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24일 오전 10시 30분쯤 사자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모 씨(67)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조 씨는 재판 내내 언성을 높이며 혐의를 부인했고, 재판부의 말을 끊기도 했다.

조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외 영상 플랫폼 등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362개(동영상 299개·게시글 63회)를 올린 혐의를 받는다. 조 씨가 올린 동영상에는 개인 후원 계좌도 함께 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에 이태원 참사가 "마약 테러로 인해 발생했다"거나 희생자들의 심폐소생술 장면을 두고 "리얼돌처럼 보인다"는 취지의 글과 영상을 게시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조 씨 측은 해당 게시물이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혐의 전반을 부인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대부분 게시글은 특정 유족을 지목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의견 개진에 불과했다"면서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 글을 게시해 허위라고도 인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폐소생술을 받는 이들이 리얼돌처럼 보인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조 씨는 언성을 높이며 "리얼돌이 보인다고 했던 것은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 이상해 보인다는 것이지, 참사 피해자가 리얼돌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씨는 이어 "나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며 "사자명예훼손은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는 범죄인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검찰이 제출한 게시글·영상에 대해 "일부 문장만 발췌해 왜곡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시글·영상이 자신이 올린 것이라는 점은 인정해 증거 채택에는 동의했지만, 혐의 입증 취지는 부인했다. 경찰·검찰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선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조 씨는 경찰청이 지난해 7월 대규모 재난·재해 관련 2차 가해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꾸린 후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다. 조 씨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참사 피해자들과 구조 현장 사진 등을 올리며 허위사실을 퍼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차가해범죄수사과는 지난달 9일 조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팀도 같은 달 16일 조 씨를 구속 기소했다.

조 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16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