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국회 軍 투입 순간"…尹 비상계엄, 내란죄 운명 갈랐다

"대통령 국가긴급권 행사, 원칙적으로 사법 심사 대상 아냐"
"계엄으로 할 수 없는 것 하려했다면 국헌문란 내란죄 해당"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가 생중계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26.2.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결정적 이유는 계엄의 밤 당시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결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인 계엄 선포를 섣불리 형사절차로 가져오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무력을 이용한 국회 진압 시도에 대해서는 형법이 정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계엄 2인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계엄 비선'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 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국회 봉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약 1년에 걸쳐 심리를 진행하면서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의 진술을 검토한 결과 윤 전 대통령이 이같이 행동한 것은 자신의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공고해 군을 국회, 선관위에 투입할 결심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안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지나치게 집착해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라고 결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영국 의회와 갈등을 빚던 찰스 1세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강제 해산시켰다가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왕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이 바뀌어 의회를 공격하는 건 (아무리) 왕이라 해도 주권을 침해하게 돼 반역죄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며 "이후 18~19세기 걸쳐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각국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행사, 내란죄 해당?…"권한 벗어난다면 국헌문란 목적"

재판부는 이날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 및 재판 과정 내내 주장해 온 것과 비슷한 논리다.

재판부는 또 비상계엄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바로 내란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절차적 요건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가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계엄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지를 살펴 보고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내란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정한 권한 행사라는 명목을 내세워 실제로는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실력행사를 하려는 것이므로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하지,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등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행위가 있었음을 모두 인정해 윤 전 대통령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및 포고령의 공고, 국회 봉쇄 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등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중앙선관위 등 점거·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직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법리와 증거 법칙이 무시된 판결이라면, 특검에서 정한 결론대로 내린 판결이라면 지난 1년간 수십 회 걸친 공판은 요식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 절차와 법치가 붕괴되는 현실을 보면서 향후 항소해야 할지, 이런 형사소송 절차에 계속 참여해야 할지 회의가 든다"면서 윤 전 대통령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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