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선고서 찰스 1세 언급한 지귀연…"의회 공격은 반역죄"

"대통령도 내란죄 저지를 수 있어" 해외사례 인용
"성경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 훔칠 수 없어"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9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 '영국 국왕 찰스 1세'와 세계 각국의 내란 사례들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후 3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잉글랜드 국왕 찰스 1세 재판 사례'을 소개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이 12·3 비상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사례를 제시한 것이다.

찰스 1세 사건은 영국 의회와 찰스 1세가 세금 징수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의회가 '찰스 1세의 질못 200가지를 시정해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한 찰스 1세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강제 해산 시켰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찰스 1세는 결국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죽게 된다"며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했단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왕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이 바뀌어 의회를 공격하는 건 (아무리) 왕이라 해도 주권을 침해하게 돼 반역죄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며 "이후 18~19세기 걸쳐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각국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와 관련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례도 비교했다.

재판부는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 경우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한 사건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내란, 반란 등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재판부가 판단해 보기엔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만약 실패한 경우 그런 일을 저지른 대통령이나 관련자가 외국에 망명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며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 사례는 참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진국 사례 역시 "이상하게도 선진국은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의회의 기능을 정지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마찬가지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유는 조금 달랐다"면서 "선진국에선 이런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게 꼼꼼하게 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를 상·하원 양원으로 나눠 신중하게 판단하게 한다거나 선거에서 일정 비율만 바꾸게 해 급격한 변화를 막거나 중간 투표 등 제도를 둬서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하게 하는 장치를 뒀다"며 "왕을 둔 국가들은 왕이 정부와 의회의 첨예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연혁과 다른 나라 헌법 규정, 판례 그리고 다른 주변 나라 사례를 종합해 보면 형법 제91조 2호 의미와 대통령이 형법 91조 2호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형법 91조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에 따른 내란죄를 대통령도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계엄이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는 어떤 일을 행한 동기나 이유, 명분과 그 목적을 혼동해하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위기 상황이라 판단하고 이를 바로 잡고 싶어했단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해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하다"며 "이는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 볼 수 없다"고 구분했다.

또한 "이와 같은 동기나 이유, 명분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대를 보낸 것은 국회를 봉쇄해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 마비시켜 활동을 못 하게 할 목적을 이루려 했던 것"이라며 "그 수단으로 국회 봉쇄 시도 등 잘못을 저지른 건 명백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