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500억 담배소송 2심도 패소…"담배 회사는 뺑소니범"(종합)

법원 "공단 법익 침해 없고, 설계상 결함도 인정하기 어려워"
정기석 이사장 "법원 유보적 판단 아쉬워…상고 생각하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6.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이세현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심에서도 패소했다. 1심 소송을 낸 지 약 12년 만의 2심 결론이다.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박해빈 권순민 이경훈)는 15일 공단이 케이티앤지(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보험금 지급이 손해라 주장하고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란 보호법익의 침해를 의미한다"며 "원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것이자 자금을 집행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어떠한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의 직접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공단이 주장한 담배회사의 제조물책임법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줄이지 않거나, 특정 첨가제를 투입한 것, 천공 필터를 도입한 것이 설계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오래전부터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해 온 점에 비춰 표시상의 결함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담뱃갑에 표시되는 경고문구의 내용은 해외 사례에 비춰 보더라도 담배의 위험성에 관한 경고의 정도가 낮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고, 언론 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해 흡연이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이 경고문구 표시 외에 추가 설명이나 기타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공단 측 주장에 대해 "실제로 특정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적인 원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담배의 제조 행위 자체는 유해 물질의 전달 행위로 보기 어렵고, 발암물질이 흡연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흡연자의 구매 및 흡연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해와 흡연은 차이가 있어, 공해소송에서 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증명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대상자들의 흡연과 폐암 등 발생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의 결함과 불법행위로 인해 3464명의 흡연자에게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이 발병했고, 이들과 관련해 보험급여 비용(공단부담금) 명목으로 총 533억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 때문에 공단은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손해를 입게 됐다"며 "담배회사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단에 533억에 상당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2014년 4월 소송을 냈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법원의 유보적 판단이 정말 아쉽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에 나와 있는 건강 추구권, 사회적 기본권이 다 없어지거나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담배 회사는 뺑소니범"이라며 "상고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의료계·법조계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법원을 설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6년간 심리 끝에 2020년 11월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바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건강보험 급여 지급은 건보공단의 의무일 뿐 손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흡연 피해자들 또한 담배회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봤다. 담배회사들이 만든 담배에 결함을 찾기 힘들고,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대상자들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고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 등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