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퇴소 후 정신질환 얻어 사망…대법 "인과관계 인정"

대법 "국가 불법행위와 사망,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
'정신질환과 사망 연관성 없다' 판단한 2심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삼청교육대 퇴소 후 정신질환을 얻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불법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A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소송을 제기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통신케이블공이던 A 씨는 1980년 8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두 달 뒤 퇴소했으나 이후 조현병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198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A 씨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일관되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의 정신질환과 사망 부분에 대한 배상액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 씨의 삼청교육 기간이 2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며 퇴소하고 9개월 뒤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은 점을 근거로 삼청교육대 입소와 정신질환 간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입소 전 건강 상태가 양호했던 점과 삼청교육대 관계자가 그의 건강을 우려해 보낸 편지 등을 근거로 순화 교육 등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했으리라고 추정해 판단했다.

다만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정신질환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 유족의 배상액을 1심보다 320만 원 많은 1833만 원으로 책정했다.

대법원은 A 씨 사망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3심은 "A 씨가 삼청교육대 퇴소일로부터 약 5년 6개월이 지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순화 교육 등으로 조현병이 발병했다"며 "그로 인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등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