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이종호 유죄 협상 시도?…특검 국면서 재조명되는 '플리바게닝'
윤영호·이종호 법정서 돌발 발언…수사 협조차 선처 기대?
노상원 '특검, 尹관련 증언 대가로 형량 감면 제안' 주장도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통일교 현안 청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이어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까지 특검의 주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돌발 진술이 쏟아지면서 다시금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형량협상제)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량을 낮추거나 일부 혐의를 취하하는 제도다. 미국에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제도화되진 않았지만,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자백이나 반성할 경우 기소 대신 약식명령, 기소유예·불기소 등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여사의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전날(16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에게 수표로 3억 원을 준 적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 특검팀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 진술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이 전 대표에게 증거인멸, 수사 비협조 등을 근거로 징역 4년을 구형하자 수사에 충분히 협조했다며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이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는 근거로 특검팀에 이 사실을 먼저 진술했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표 측이 선처를 바라며 김 여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건희 특검팀은 이 전 대표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입수하고 '주식을 잘 모른다'는 김 여사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반박하기 위한 간접증거로 해당 진술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3대(김건희·내란·순직해병) 특검 국면에서 '플리바게닝'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일교 의혹'의 핵심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정치인 명단 관련해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가 여야 정치권 전반에 접촉하며 특정 정당과 유착하려 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동시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과 관련된 수사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선처를 받으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특검팀은 지난 10일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함으로써 그의 플리바게닝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본부장 폭로로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8월 해당 진술을 확보하고도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을 수사 대상에서 배제해 '편파 수사' 논란을 받았으며 '통일교 게이트'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12·3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지난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내란 특검팀이 플리바게닝을 제안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방식을 문제 삼으며 "이런 표현이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답을 정해놓고 예스(yes)하길 원하는구나' 생각했다"며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형량 감면을 제시했고 흔들렸지만 실제 형량을 협상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씨는 사기, 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지난 11일(현지시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미 검찰이 구형한 징역 12년보다는 무겁지만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경우 최대 130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에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의 형량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결정적으로 플리바게닝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권 씨는 9개 혐의 가운데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미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구형 의견서에는 "피고인(권 씨)이 유죄를 인정해 재판 부담을 줄인 점은 유리한 사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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