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특검 수사관, 양평공무원에 진술 강요…직권남용으로 고발"

나머지 수사관들은 수사 의뢰…4명 징계 권고도
민중기 특검에 '인권수사 규정 준수' 권고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2025.11.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유채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사 과정에서 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확인돼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제2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양평군 단월면장에 대한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 의결의 건' 안건을 의결했다.

50대 양평군청 공무원 A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의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자필 메모 등엔 특검 수사 과정에서 회유와 강압이 있어 힘들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있었는지에 대해 직권조사했다.

인권위는 일단 A 씨에 대한 특검의 총 조사시간은 14시간 37분이며, 휴식시간과 조서열람시간 등을 제외한 실제 조사시간은 8시간 48분으로 '수사준칙 22조'가 정한 실제 조사시간 상한인 8시간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 씨를 조사한 수사관 중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기로 했다. 자신의 직무를 행하면서 권한을 남용해 A 씨에게 의무 없는 특정 내용의 진술을 강요하는 등 형법에서 정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나머지 수사관 3명에 대해선 수사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이들 모두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한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청장에게 징계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양평경찰서장에게는 A 씨의 부검 유서 처리 등 업무 등 담당자에 대해 변사 사건 처리 및 부검 유서 등의 업무 처리와 관련한 자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 유족에게 A 씨의 유서에 대해 온전히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유족의 애도와 인격적·정서적 회복을 방해한 것으로 헌법에서 정한 사생활 영역에 대한 통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 특별검사법에 경찰·검찰에서 파견된 수사관들에 대해 인권보호수사규칙(법무부령)을 준용할 수 있는 조항을 향후 특검법 제정 시 포함하도록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특히 인권위는 민중기 특검에게 향후 피의자 수사에 있어 인권 수사 규정을 준수해 피의자의 수사절차상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용직 비상임위원은 이날 의결 직후 "이 사건 직권조사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국가 공권력의 집행 과정, 고강도의 수사 환경에서 피조사자의 생명권과 인권이 제대로 보호됐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사회적으로 제기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안건에 대해선 이숙진 상임위원과 소라미, 오완호 비상임위원이 소수의견을 내면서 만장일치로 의결되지는 않았다.

또한 인권위 조사 대상자인 특검 수사관들은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인권위는 12·3 비상계엄에 동조한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를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