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尹에 '계엄 안된다' '재고해달라' 해"…위증은 인정

"집무실서 들고 나온 문건 기억 못해…인지 못해 국민께 죄송"
사후 계엄선포문엔 "박물관 두는 걸로 생각"…26일 결심 예정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 안 된다' 또는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혐의는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4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란 얘기를 들은 뒤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정말 망가질 수 있다. 이건 굉장히 중대한 일이다.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반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질문에는 "명시적으로는 안 썼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향해 "비상계엄을 막을 의사가 있었다면 '비상계엄 안 된다'고 호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인데 왜 가만히 있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 연륜 있는 분들이 말씀해 주시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좀 더 열심히 합류해서 행동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집무실에서 나오며 들고 있던 문건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포고령을 받았고, 해당 내용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라는 점을 알았음에도 방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얘기를 듣고부터는 어떤 경위를 거쳐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거의 멘붕(멘털 붕괴) 상태 내지는 보고 들은 것이 제대로 인지되는 상황은 정말 아니었다. 그런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포고령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CCTV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13/뉴스1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한 건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는 "어차피 그 국무회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좀 더 많은 위원이 와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선 계엄에 찬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재촉한 이유에 관해서는 "계엄 선포를 빨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오히려 너무 늦어지면 그냥 선포가 돼버리지 않을까 우려도 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문건을 파쇄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위증한 게 맞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네. 제가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답했다.

또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경위에 관해 "계엄이 해제됐고 전체적으로 안건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확보하려고 하는 걸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총리가 특검 조사에서 '서류로 갖추려 한 거라기보다는 박물관에 두듯이 생각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이에 관해 "조금 부적절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사후 계엄 선포문 폐기를 요청한 이유는 "사후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지 않나 생각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5일 강 전 실장이 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 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도 있다.

한 전 총리에게는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팀은 최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오는 26일 심리를 종결할 예정이다. 선고는 내년 1월 21일 혹은 28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