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연루…독립운동가 이관술 선생 재심 시작

재판부 "불법 구금으로 확정판결 증명 있어"…지난달 재심 개시 결정
손녀딸 "존중받았지만, 위폐범으로 몰려…넋이라도 위로해 드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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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처형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선생의 재심에서 그의 외손녀가 "멀리 가 계신 할아버지께 진정한 명예 회복으로 넋이라도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11일 이 선생의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40년대 항일운동에 앞장서며 여러 차례 옥고를 겪었던 독립운동가다.

광복 후 미군정청은 이 선생 등이 조선공산당 활동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945년 10월부터 1946년 2월까지 조선정판사 인쇄소에서 6차례에 걸쳐 약 1200만 원의 위조지폐를 인쇄·유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군정청은 남한 내에서 공산당 활동을 불법화했다.

그는 이러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돼 체포됐다.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처형당했다.

이 선생의 외손녀 신 모 씨는 지난 2023년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사건에 관여한 사법경찰관들이 공동 피고인들을 불법 구금해 확정판결이 내려졌다는 증명이 있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 선생 측은 "수사기관은 이 선생 등 공동 피고인들을 불법적으로 장기간 구금했다. 고문과 가혹행위로 조작한 사건"이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청구인 신 씨는 "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가장 양심적인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존중을 받았지만, 파렴치한 위조지폐범으로 몰렸다"며 서른 넘어 할아버지의 행적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전국 각지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또 "멀리 가 계신 할아버지께 조금이나마 진정한 명예 회복을 해서 넋이라도 위로해 드리고 싶다"며 "어릴 때는 집안 재산을 관리하지 않고 귀한 딸을 내버린 할아버지를 원망했지만, 공부하면서 할아버지를 존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재판부는 이 선생 측이 제출한 학자들의 연구자료 및 판결문 사본 등을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할 전망이다.

이 선생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6일 열린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