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감금됐다 구조됐는데…또 보이스피싱 가담한 조직원
[사건의재구성] 해외조직에 협력해 중계기 관리
징역 2년·집행유예 3년…범죄조직에 속아 계좌 넘긴 전력도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에 감금돼 로맨스 스캠(사기) 범죄에 가담했다가 풀려난 조직원이 국내에서 또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법정에 서게 됐다.
2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네이버 '밴드'를 통해 보이스 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통신 중계기를 설치·관리해 주면 설비 1대당 매주 20만 원의 수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실제 중계기 관리책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최근 해외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국제전화 또는 인터넷전화로 국내에 연락을 하는 경우 발신번호가 국제전화·인터넷전화로 표시돼 피해자들을 속이기 어려워지자 국내에 발신번호를 변조하는 중계기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
A 씨는 중계기 두 대를 넘겨받아 그중 하나는 경북 포항시 남구 자신의 집에 설치하고 나머지 한 대는 또 다른 관리책에게 넘겼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중계기를 통해 지난해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23차례에 걸쳐 회선을 변조해 전화를 걸었고, A 씨는 결국 국제적인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꼴이 됐다.
그런데 A 씨는 앞서 캄보디아에 취업을 위해 출국했다가 조선족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돼 '로맨스 스캠'(연예 빙자 사기) 범행을 강요당했던 전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후 대사관에 신고해 감금에서 풀려나 귀국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또 A 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은행 계좌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
박 판사는 A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범죄의 중계기 관리책 역할을 한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중계책의 역할은 범행 성공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A 씨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 등 범죄조직에서 일하다 현지 경찰의 단속 등으로 검거돼 한국으로 송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납치·감금돼 어쩔 수 없이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섞여 있다.
하지만 최근 범죄 조직에서 풀려나 한국으로 송환된 이들 중 재차 범행에 가담하려 캄보디아에 입국한 사례 등이 확인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범죄 가담을 알면서도 캄보디아로 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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