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난다고 사설구급차 '사이렌 질주'…행인 치여 죽인 20대 출소자

과거 특수강도죄로 복역 후 출소 2년도 안 돼 범행…징역 5년
사이렌 켜고 버스전용차로서 난폭운전…행인 결국 숨져

서울북부지방법원 ⓒ News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친구를 빨리 만나기 위해 구급차를 몰고 난폭운전을 하다 행인을 쳐 숨지게 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배 모 씨(28·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배 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구급차를 운행하며 난폭운전을 하다 차량과 행인을 들이받아 차량 운전자를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행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구급차에는 응급 환자가 타지 않은 상태였다.

배 씨는 이날 사설 구급차로 사이렌을 켜고 약 3㎞ 구간을 운전했다. 그는 중랑구의 도로 약 450m 구간에서 중앙선을 침범, 4개의 신호를 위반하는 등 난폭운전을 저질렀다.

난폭 운전을 거듭하던 배 씨는 심지어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했다. 그러던 배 씨의 차량은 주행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인도를 덮쳐 보도에 서 있던 B 씨를 들이받았다.

승용차 운전자 A 씨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지만 차에 치인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하다 사고 약 6주 뒤인 4월 28일 뇌연수마비로 결국 숨졌다.

재판부는 "누구든 구급차 등을 응급환자 이송 용도, 응급의료 행위 등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친구를 빠르게 만나러 갈 목적으로 약 3km 구간에서 사설 구급차를 운전하였다"고 판시했다.

또한 배 씨는 지난 2020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23년 6월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출소 후 누범기간에 자숙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설 구급차를 법령에서 규정한 용도 외로 사용하면서 난폭운전을 한 데다가 신호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며 "그로 인하여 사설 구급차에 들이받힌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혔고, 보도에 서 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에게 고인이 된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등의 피해 회복을 거의 하지 못하였고 합의에 이르지도 못하였다"면서 "피해자 유족 측은 피고인의 엄벌을 거듭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하여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현행법상 사설 구급차 운전자의 요건은 현행법상 '1종 보통 운전면허'가 전부다. 도로교통공단에서 '긴급자동차 교육'을 수료해야 하지만 '신규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3시간 길이의 교육과 3년에 한 번 2시간 분량의 정기 교육만 수료하면 된다.

실제로 채용 플랫폼 등에 올라온 '구급차 운전기사' 채용공고에는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의 생명이 달린 구급차 운전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설 구급차 운전자에 대한 채용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며 "생명을 살리는 데 관여하는 일인 만큼 범죄경력 조회는 물론 구급차 운전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심리검사를 도입하는 등 규정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