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前 통일장관 "비상계엄 언급, 尹한테 처음 들어"…진술 번복
특검선 "한덕수가 먼저 계엄 언급"…"韓, 사전에 알았다" 주장과 배치
"尹이 韓에게 준 문건 기억 안나…'반대' 용어 쓰진 않았지만 우려"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이 '비상계엄' 관련 언급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간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에서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를 번복한 것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김 전 장관의 진술을 들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3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2차 공판을 열고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특검 조사 당시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쯤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했고, 뒤이어 온 한 전 총리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특검팀이 이를 다시 확인하자 김 전 장관은 "조사를 마치고 나서 자세히 생각해 보니 제 기억에는 한 전 총리가 저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됐다"고 답했다.
이어 "제 기억에 착각이 있는 것 같다.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말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들었다는 것이 정확한 저의 기억"이라며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기억에 일부 혼돈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한 전 총리와 무슨 대화를 한 것이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윤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가 장관들 탄핵을 계속해서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계엄 담화문에 있는 취지의 얘기를 하면서 '비상계엄을 해야 하겠다'고 얘기한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국가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명확히 '반대'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김 전 장관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뒤늦게 집무실에 들어온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게 윤 전 대통령이 문건을 건넸다는 건 봤다면서도, 한 전 총리에게 문건을 건네는 건 본 기억이 없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재판부가 '집무실에 앉았던 순서도 기억하면서 문건은 기억 못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하자,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을 말한 다음에 굉장히 충격을 받고 당황스럽고 생각이 복잡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처음에는 국무위원을 더 불러서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이해를 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국무위원을) 부른 이유가 바뀌어서 국무회의를 열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찬성·반대 의견이 표출됐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김 전 장관은 "회의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 제 의견을 낼 기회가 없었고 다른 국무위원들도 기회가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건가, 없었다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김 전 장관은 "평소 참석했던 국무회의와 절차·형식·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등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가 재생됐다. 특검팀은 영상에서 문건을 든 한 전 총리의 모습 등을 근거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았으며 이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전체 계획을 인지하지 못했고, 선포를 반대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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