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재생된 '대통령실 CCTV'…문건 든 한덕수, 尹에 끄덕(종합)

3급 비밀 CCTV 영상 재생·중계…특검 "韓, 계엄 미리 인지"
韓 "계엄 문제 반대, 전체 계획 몰라…'빨리 해제해야' 생각"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이세현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등 모습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가 재생됐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영상에서 문건을 든 한 전 총리의 모습 등을 근거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았으며 이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전체 계획을 인지하지 못했고, 선포를 반대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3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대통령경호처가 특검 측에 보낸 공문에 관해 "대통령실 CCTV 중계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CCTV는 중계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 측은 지난달 30일 재판에서 "CCTV 촬영 장소가 군사상 기밀로 분류돼 재판을 비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증거조사를 이날로 순연했다.

특검 측은 이날 "전부 다 증거조사를 한다면 전체 시간이 32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프레젠테이션 파워포인트(PPT)에 CCTV 영상을 내용별로 편집해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내란방조 혐의'로 특검에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재생된 영상은 주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쯤부터 오후 11시쯤까지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CCTV에 따르면 계엄 선포 전인 오후 8시 40분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대접견실에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했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두 사람이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는 대화를 했다면서,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계획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후 9시쯤 한 전 총리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대접견실로 돌아왔다. 이때 한 전 총리의 손에는 문건이 들려있었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자리에 앉아 이를 살펴봤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최소 두 종류의 문건을 들고 나왔고, 이는 포고령과 특별 지시 문건 등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는 한 전 총리의 과거 증언은 위증이라는 주장과 맞닿는 대목이다.

이후 재생된 영상에서는 김 전 장관이 여러 차례 대접견실에 드나들며 손가락 4개를 차례로 들어 보이는 모습이 나왔다. 특검팀은 "국무회의 의사정족수 4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표시한 의미"라며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은 의사정족수 4명을 채우기 위해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9시 35분쯤에는 대접견실에 앉아있는 한 전 총리가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도 재생됐는데, 특검팀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직접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독촉 전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이었던 오후 10시 18분에는 윤 전 대통령이 모인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모습이 재생됐다. 특검팀은 이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설명하고, 한 전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 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단둘이 대접견실에 남아 16분간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건을 주고받고 특정 부분을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이 전 장관은 은은한 미소를 띠기도 했다. 이 시간 두 사람이 국회와 민주당사 봉쇄, 언론사 단전·단수 등을 협의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는 한 전 총리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들고 온 결재판을 보며 논의한 모습이 나왔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하려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도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9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영상 재생 이후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향해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무총리인 피고인이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계엄 문제에 대해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의견들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별적으로 말씀드렸다"며 "전체적인 계획을 저로선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국가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는 것은 과거 경험에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게 대통령 뜻에 따라서 선포됐으며 최대한 빨리 해제해야 한다는 건 모든 국무위원의 생각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무장 군인이 국민과 대치했는데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했나"라고 묻자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국무회의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답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