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억원대' 김건희 선물 수사 본격화…'대가성' 입증이 핵심

특검, 家사업장·인척집 압수수색서 입수한 귀중품들 조사 착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청탁 대가성 입증 과제…尹 소환조사 수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여사님 만나러 가려면 이 정도는 가지고 가야 하는일종의 입장료 같은 거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가 받았다고 의심하는 고가의 선물들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사단으로 분류됐던 익명의 전직 부장검사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뉴스1 취재진을 만나 "은사님이나 자신보다 윗분들 만나러 갈 때 빈손으로 가기 뭐하니까 피로회복제 같은 거 사 들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 여사에 대한 선물은 최소 3억 원대에 달한다. 선물이 오고 간 시점은 2022년 3월 20대 대선 직후부터 6개월 내에 집중돼 있다. 특검팀은 종교계부터 사업가, 전직 공무원 등 공여자들이 김 여사를 통해 배우자 윤 전 대통령에게 접근하기 위해 고가의 선물을 건넨 게 아닌지 의심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적용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이배용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최소 10돈짜리 금거북이와 당선 축하 편지를 김 여사 측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10돈짜리 금거북이는 당시 1돈당 32만원의 시세를 고려하면 300여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같은 해 9월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발탁됐는데 특검팀은 금거북이를 건넨 대가성 인사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교수는 금거북이 의혹이 드러나자 지난달 1일 위원장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특검팀은 오는 13일 이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김 여사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6200만 원대 반클리프앤아펠 스노우 플레이크 목걸이도 받았다. 해당 목걸이는 김 여사가 그해 6월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하면서 처음 논란이 됐었다. 공직자윤리법상 500만 원 이상의 보석류를 신고해야 하는데 누락되면서다.

김 여사 측은 홍콩에서 구입한 '200만 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가품으로 판정이 나면서 특검팀 수사는 제동이 걸리는듯했으나 이 회장의 자수로 다시금 탄력을 받았다. 이 회장은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해당 목걸이를 건넸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와 진품 목걸이를 특검팀에 제출했고 이는 김 여사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나토 순방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이 회장과 박 전 검사를 각각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한 차례 조사했다. 일주일 뒤에는 한 전 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반클리프 목걸이 외에도 티파니앤코 브로치(2000만 원대), 까르띠에 팔찌(1500만 원대), 일본 미키모토사 진주목걸이(2000만 원대) 등도 같은 기간 김 여사가 착용했지만 당시 재산 신고 명세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팀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나토 목걸이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25.8.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 여사는 2022년 9월 사업가 서 모 씨로부터 5200만 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받고 로봇개 사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서 씨가 운영하는 로봇개 판매사 드론돔이 같은 해 5월 미국 로봇회사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한국법인과 총판 계약을 맺은 지 넉 달 만에 대통령 경호처와 3개월간 1800만 원 상당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특검팀은 서 씨가 김 여사에게 시계를 건네고 드론돔이 대통령경호처와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한 시기와 겹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드론돔이 일종의 총판 역할을 하고 실제 로봇개를 수입해 경호처에 납품한 곳은 고스트로보틱스로 보고 지난 1일 공 모 전 고스트로보틱스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서 씨와 관계, 납품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또한 2023년 2월에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구속기소)로부터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받고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 및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총선 공천에서는 탈락했지만 넉 달 뒤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박서보, 윤형근 등 한국 추상회화 거장의 그림을 선호한다'는 김 여사의 취향을 파악하고 유사한 스타일인 이 화백의 추상화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여사는 2022년 4월~7월 통일교 이인자로 불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구속기소)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을 명목으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구속기소)를 통해 총 8000만 원 상당의 고가 금품들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고가 금품에는 6200만 원대 영국 그라프사 목걸이와 1000만원대 샤넬 백 2개 등이 포함됐다. 이중 샤넬 백 2개는 김 여사를 보좌해온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웃돈 300만 원을 주고 샤넬 매장에 가서 신발 1개와 가방 3개로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교 청탁 의혹을 실토한 윤 전 본부장, 자신의 인사 청탁을 시인한 이 회장을 제외한 금품 공여자와 공범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 씨는 김 여사 부탁으로 시계를 대리 구매했을 뿐 대가성은 없었으며 사업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수익은커녕 손해만 봤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 역시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리 구매해 줬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전 씨와 유 전 행정관 등 김 여사 측근들은 선물을 받긴 했으나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여사가 받은 선물들은 김 여사의 주거지나 사무실 아닌 친오빠 진우 씨 장모 집이나 김 여사 일가가 경기 남양주에서 운영하는 온요양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25일 진우 씨 장모 집에서 반클리프 목걸이 가품, 바쉐론 시계 상자와 보증서, 이 화백 그림 1점과 진품 감정서를 압수했다. 요양원에서는 금거북이와 더불어 롤렉스 시계, 까르띠에 시계, 다이아몬드 반지 등 귀금속을 추가로 발견됐는데 김 여사 측은 '남동생 부부의 결혼식 패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소 3억원대에 달하는 이 같은 선물들이 궁극적으로 김 여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실제 윤 전 대통령이 국가 정책을 추진하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 혐의가 성립하려면 청탁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김 여사에게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공여자들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우선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을 뇌물 정범, 김 여사를 공범이라고 보고 향후 대가성을 규명하는 대로 기존 공여자들에게 적용했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공직자만 처벌할 수 있는 청탁금지법과 달리 공범 혐의가 입증되면 배우자도 처벌할 수 있다. 형량도 더 세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를 구속기소 한 지 약 한 달 만에 뇌물 혐의 피의자로 처음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향후 김 여사와 공여자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마치고 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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