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테러' 속 흔들림 없는 정성호號…檢개혁 후속입법 당정청 조율 과제

보완수사권 등 후속입법 놓고 당정 갈등…李, 정부 힘 실어줘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1년간 '국민적 합의' 도출 관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권성동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9.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완수 임무를 맡은 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장관 취임 이후 50여일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 완수'란 취임 일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지만,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놓고 당정의 이견이 갈등 수준으로 확대되면서다.

주무 부처 장관이자 집권당의 5선 국회의원인 정 장관이 당정간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어떻게 갈등을 조율하고 봉합해 개혁을 완수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7월 21일 취임 이래 줄곧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검찰개혁'을 주장하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메시지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국민을 보호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인권 검찰'의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하며, 그 개혁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장관의 이 같은 구상은 국민이 주인임을 강조하는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도 맞닿아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 장관을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을 위한 검찰'은 사실상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데는 당정간 이견이 없었다.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법무부 산하 공소청을 각각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나눠 갖는다는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전날(12일) 순조롭게 국회에 발의됐다.

다만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이후 후속 법안을 놓고 정부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보완수사권 유지 △수사지휘권 부활 △전건 송치 등 세 가지 쟁점 가운데 보완수사권은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검찰개혁 강성파는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게 보완 목적으로 수사권을 쥐여주는 것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 사건 등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수청도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에서 당의 입장을 받아들여 행안부에 양보하면서 보완수사권만큼은 사수해야 한다는 기조가 역력해보인다.

이에 정 장관은 '검찰의 편'이라며 강성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 테러, 악성 댓글 등 거센 비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여당의 강경 대응 기조에도 흔들리지 않고 속도조절론을 견지하는 정 장관의 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부장검사는 "변호사 출신 장(長)답게 형사사법 체계 제도를 제대로 이해한 판단"이라며 "충분히 양쪽 의견을 청취하고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수립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개혁이라는 헌법 근간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자칫 정치적 유불리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당정 간 좀처럼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보완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 안에서 내부 분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수사 검사, 기소 검사를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래 이게 최초 논의였는데 요새 검사는 아예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마 이렇게 됐다"고 보완수사권 폐지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1년 안에 추진하겠다며, 당이 아닌 정부가 이를 주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당초 "검찰개혁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국회가 주도해 검찰개혁을 진행하도록 했으나, 당이 후속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에 제동을 걸자 '이제 당은 빠지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내년 9월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앞두고 세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 지지와 기대 속 앞으로 1년간 검찰개혁 후속 입법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 책임이 막중하다. 당·청 간 강대 강 대치 속 정부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가운데 정 장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