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호 "노상원, 지난해 9월 '제2수사단' 선발 요청…이상했다"

노상원 법정서 증언…"김용현도 전화해 '노상원 일 도와라' 얘기"
"노상원, 야구방망이·케이블타이 등 위협하면 다 얘기할 거라 해"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2024.12.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문상호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9월 '12·3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서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한 인원 선발 요청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1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4차 공판에서 문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관위에 군 병력을 투입해 직원 체포·서버 탈취 등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 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문 전 사령관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9월쯤 노 전 사령관이 대량 탈북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요원을 선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선발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추려진 명단은 대량 탈북 상황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해 설치한 일명 '제2수사단'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전 사령관은 "10월 초중순경 김 모, 정 모 대령을 지목해 두 사람들에게 뽑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보사령관도 모르는 대량 탈북 상황을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아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많았고 정상적이지 않아 이상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1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문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노상원이 하는 일을 잘 도와라'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지시가) 비정상적이고 내키지 않아 내색했더니 노 전 사령관이 '너 나 못 믿냐. 내가 너한테 나쁜 것 시키겠냐'면서 분위기가 약간 고조됐다"며 "'장관이 너한테 전화할 테니 장관 전화를 받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19일 김·정 대령에게 최종 명단을 보고 받은 뒤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명단 수정 작업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에게 '전라도 출신 인원을 빼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언급했다. 문 전 사령관은 "군무원은 빼고 부사관을 포함해라, 전라도 인원들을 빼라는 직접 지시도 받았다"며 "전라도 빼라는 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이)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선관위에 병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며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 정보사가 들어가야 합니까' 물었지만, 끝까지 답변하지 않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알게 된다. 언론에 나올 거다'라고만 말했다. 군사적으로 그런 상황이 없으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등으로 위협해 부정선거 조사에 직접 나서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전 사령관은 "야구방망이, 케이블타이 등을 준비했냐고 물었고 준비가 안 됐다고 하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위협하면 다 이 사람들이 얘기할 거다'라는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요구하는 게 출발부터 비정상적이었다. 지휘체계가 있는데 예비역이 중간에 들어온 것 아닌가. 그게 처음부터 못마땅했다"며 "제가 모셨던 분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분이기 때문에 따르려고 했던 건데, 중간에 점점 방향이 이상해졌다"고 부연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