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檢개혁]⑨예산 확보도 관건…"졸속 추진 땐 수사 공백 불가피"
공소청·중수청 신설…청사·시스템 등 예산 투입 필요한 과제 산적
공수처도 출범 당시 시스템 구축 어려움…"간판만 바꾸는 수준 아냐"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조직 재설계를 위한 예산 확보도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7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행까지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에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협의해 세부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검찰개혁 TF에서는 조직 재설계를 위한 예산 조달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김용민·민형배·장경태·강준현·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검찰청법 폐지법안(김용민), 공소청 신설법안(김용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안(민형배),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안(장경태)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중수청 신설법안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 "중수청, 지역중수청을 설치·운영함에 필요한 인건비·운영비 및 청사마련비 등이 발생해 추가 재정 소요가 예상된다"고 했다.
공소청 신설법안에 대해서도 "공소청에 부와 사무국을 두고 과를 두며, 지역공소청과 지청에 사무국과 과를 두도록 규정해 기존 검찰청 조직 재설계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다만 제정안이 중수청과 공소청의 세부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정확한 예산 규모는 추정하진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개혁) 비용 예측이 어렵다. 차분히 정부 입법으로 주도했다면 예산과 수요 등을 예측했을 것"이라며 "아마 예비비 지출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중수청·공소청 신설 시 간판 교체와 청사 마련, 시스템 재설계 등에도 적잖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름을 바꾸는 만큼 간판 교체에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명칭만 바꾸는 데 간판 교체 비용으로 50억 원을 썼다고 한다.
중수청의 경우 청사 마련도 예산 소요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신설된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범 당시 상시 입주할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워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했다.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공수처가 행정부 청사에 입주하면서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수처는 "보안시설 부재로 압수수색 등의 보안 유지, 사건관계인 출석을 포함한 신원 보호 등 밀행성 요구 업무에 차질이 있다"며 정부과천청사가 수사기관 청사로는 부적합하다고 보고 독립 청사 신축을 추진 중이다.
보안시설과 유치 시설 등 특수 공간이 필요한 수사기관 특성상 중수청도 공수처와 유사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중수청과 공소청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구축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 만큼 킥스 시스템을 재구성하거나 새로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킥스는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 해경, 공수처 등 형사사법기관들이 수사·기소·재판·집행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와 문서를 공유하는 업무용 전산시스템이다.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5개월 만에 기존 공통망에 개별망을 만들어 외부 연계를 하는 방식으로 킥스를 개통했다. 이 과정에서 약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킥스 개통 전까지 사건 접수와 처분 등 사건 처리 및 관리 업무를 수기 작업으로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중수청 역시 출범 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킥스 연결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모든 수사 업무를 수기로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오는 10월 10일부터 법원의 재판절차부터 수사, 공소제기 및 재판의 집행까지의 형사사법절차가 전자화되는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이 개통될 예정이지만, 중수청은 이 시스템에 초기부터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의 경우 중수청에서 5명의 수사관이 수사해 A4 1만 페이지 분량의 기록을 공소청으로 넘기면 공소청 검사 혼자서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안에 그 기록을 다 검토할 수가 없다. 제때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면 검사 10~15명은 있어야 기록 검토 등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제대로 공소 유지를 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검사가 투입돼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검사 정원 등을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 신설되는 중수청에도 능력있는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선 처우 수준을 높여야 할 텐데, 그러다 보면 예산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검찰청 인력이 이동하면서 줄어드는 인건비 등이 있는 만큼 해당 예산을 중수청으로 이체해서 쓰게 된다면 인건비 예산이 그렇게 많이 추가로 소요되진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계 인사는 "중수청과 공소청 신설은 단순히 간판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 청사, 인력까지 처음부터 설계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수사 공백이나 조직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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