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故김오랑 중령 유족, 46년 만에 국가배상 3억 판결(종합)

상관 지키려 반란군과 교전 중 사망…"신군부, 사망 경위 조작"
모친과 형제들 정신적 고통 인정…상속비율 따라 배상금 인용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측 신군부에 맞서 상관을 지키다 숨진 김오랑 중령의 추모식이 1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979년 12·12 사태 당시 신군부의 총에 맞아 전사한 고(故) 김오랑 중령(육사 25기)의 유족이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김 중령의 누나 김쾌평 씨 등 유족 10명에게 국가가 각각 961만~5769만 원 등 총 2억 9999만 999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송 비용 중 30%는 원고인 유족들이, 나머지 70%는 국가가 부담하라고도 판결했다.

김 중령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병주 육군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12월 13일 오전 0시 20분쯤 정 사령관을 불법 체포하기 위해 난입한 반란군과 교전하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망 당시 34세로 소령이었던 김 중령은 사후 10여 년간 추서되지 못하다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2022년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김 중령이 반란군과 전투 중 숨진 사실을 인정하고 순직을 전사로 변경했다.

김 중령은 2023년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 역할의 실존 인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김 중령의 아내 백영옥 씨는 사건 직후 충격을 받아 실명했고, 1991년 사망했다. 이후 누나 김 씨와 조카들을 비롯한 남은 유족 10명이 지난해 6월 총 5억 원 규모의 국가배상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경남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열린 김 중령의 추모식에서 조카 김영진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재판부는 "반란군에 의한 희생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더불어 그 사망 경위에 관해 실체적 진실의 조작까지 있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반란군이 먼저 총기를 발사했음에도 신군부는 김 중령이 먼저 총기를 발사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한 것이라고 발표한 점 △초동수사 과정에서 총격흔을 가리기 위해 총격 현장 벽에 합판을 붙이는 등 현장을 고의로 훼손한 점 △유족에 사망 원인을 제대로 통지하지도 않았고 시신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 유린한 반란군의 불법행위에 저항하다가 사망한 망인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합당한 예우는 망인의 유족에게도 부여될 필요가 있다"며 "모친은 망인의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2년여 만에 사망했고, 망인의 형과 누나도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 속에서 망인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부 측이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유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망인의 사망 경위를 분명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이 사건 진상규명 결정이 있었던 2022년 9월 26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 제소됐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중령의 사망에 따른 위자료로 당시 유족이었던 모친 임 모 씨에게 1억 원, 형 3명과 누나 김 씨에게는 각 5000만 원을 인정했다. 김 중령의 부친은 1977년에 이미 사망해 김 중령의 사망에 따른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김 씨에 대해 모친의 위자료 상속분과 합쳐 5769만 원 배상금이 인용됐고 나머지 조카 9명은 위자료 상속비율에 따라 최소 961만여 원에서 최대 4038만여 원의 배상금이 인용됐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