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시비로 싸운 후 심근경색 사망…"예견 어려운 사고, 폭행치사 무죄"

법원, 폭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형 집유 선고
"처음 만난 사이, 지병 유무 알 수 없어"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처음 만나 운전 시비가 붙어 몸싸움한 상대가 갑자기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더라도, 폭행 가해자를 '폭행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폭행 가해자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3년 7월 22일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던 중 승용차 운전자인 B 씨와 끼어들기 문제로 시비가 붙자 도로 근처에 서로 정차해 차에서 내렸다.

같은 날 오전 6시23분경 A 씨는 B 씨의 턱을 손으로 때리고 이마로 B 씨의 턱을 들이받았다. 또 B 씨를 도로 옆 화단으로 밀어 넘어뜨린 후 몸통 위에 올라타 가슴을 눌러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폭행했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 도로 방향으로 걸어 나오던 B 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오전 7시 52분경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 씨는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 씨의 폭행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폭행치사죄가 인정되려면 폭행의 범의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상당한 정도의 죽상경화증 심장병을 앓고 있었음이 확인되는데, B 씨는 그 전에 심장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 없고 가족도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외관상 특이점이 없었다"면서 "사건 당시 B 씨를 처음 만난 A 씨가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범행의 경위, 폭행의 방법과 정도, 발생한 결과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폭행치사죄의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