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수처가 '尹 석방'에 유감을 말할 자격 있나
수사 초기부터 내란죄 수사권·구속기간 우려
"공수처만 없었으면 없었을 논란" 비판 나와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유감을 표명한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담당하고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공수처가 남 일처럼 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수사부터 구속, 석방에 이르기까지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했다. 그러나 번번이 논란을 일으켜 '공수처장은 X맨(교묘하게 상대편을 돕는 역할)'이라는 조롱과 야유를 받았다.
12·3 비상계엄 수사 초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를 놓고 이미 의견이 엇갈렸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이첩요청권을 발동해 경찰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 법리 검토는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권을 문제 삼아 단 한 번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수사기관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윤 대통령 측에 조사 거부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그때 이미 제기됐었다.
공수처는 1월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후 10차례 넘게 조사에 실패한 끝에 결국 23일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그마저도 앞당긴 일정이었다. 구속 초반 공수처는 윤 대통령 1차 구속기간 만료일을 1월 28일로 보고 그전까지만 검찰에 넘겨준다는 계획이었다. 체포적부심에 걸린 10시간 30분과 1월 17~19일 구속영장 심사 기간을 총 나흘로 본 것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기간을 26일 오전 9시 7분까지라고 판단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구속 연장이 안 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구속 기간도 보수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왜 공수처가 구속기간을 판단하나" "이대로 구속 기간을 넘겨버리면 공수처가 책임질 거냐"는 반발도 작지 않았다.
법원이 구속취소를 인용하면서 공수처를 둘러싼 우려들은 현실이 됐다.
수사 초기부터 합동수사본부 구성 대신 '경쟁'을 택한 수사기관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은 향후 본 재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소 기각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공수처는 이른바 '영장 쇼핑'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경찰이 공수처를 통해 영장을 신청한 것도 위법하다며 문제 삼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만 없었다면 없었을 문제들"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존재감을 보여주려다 '공수처 폐지론'만 더 불붙인 셈이다. 단순 유감 표명이 아니라 공수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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