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탁자 부담' 신탁계약 근거로 제삼자 관리비 요구에 대항 못 해"

건물관리단, 관리비 미납에 시행사·신탁사 상대로 관리비 소송
원심 신탁계약 근거로 신탁사 손들어줬으나 대법서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는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됐더라도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귀속에 관한 신탁법 제4조 제1항을 근거로 제삼자의 관리비 요구에 대항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신탁재산 구성을 규정한 신탁법 제4조 제1항의 의미가 보다 명확해져 신탁부동산 관리비 납부 소송에서 해당 규정의 적용으로 인한 혼란이 줄어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7월 개정·시행된 해당 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수도권 소재 집합건물의 관리단인 원고 A가 건물 시행사 B(위탁사)와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사 C(수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소송에서 피고 측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 C는 시행사인 B와 신탁부동산에 관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부동산에 관해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B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관리비 5500만 원가량을 연체하자 원고 A는 시행사이자 위탁사인 B는 물론 수탁사인 C와 또 다른 수탁사 D도 체납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관리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피고 C는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 의무를 부담한다는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됐으므로 이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며 수탁사인 자신들에게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에선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집합건물에 관한 담보신탁 사안에서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한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된 경우 수탁자가 이로써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2심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을 적용해 피고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했고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돼 등기의 일부가 됐으므로 수탁자인 피고가 관리비 지급책임의 주체는 위탁자라고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원고의 관리비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1심과 결론을 같이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신탁재산의 구성을 규정한 신탁법 제4조 제1항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며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해당 규정의 취지는 어떠한 재산에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하면 그 재산이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독립해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것을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관리비 납부 의무와 무관해 이에 대한 제삼자의 요구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신탁의 등기로는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별 되는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뿐"이라며 "원심은 신탁계약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사건 관리비의 성격, 원고의 관리단 규약 등을 심리해 피고가 이 사건 관리비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등기기록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부 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면 수탁자는 이로써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이 인용한 이전 대법원판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용한 2012년 5월 9일 대법원판결은 전부 개정되기 전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이라며 "2019년 2월 13일경 체결돼 개정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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