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금 빌린 아들 보증 서준 아버지의 빚…대법 "보증 유효해"
대여 후 독촉받아 '차용증 작성'…"별도 약정 체결한 것"
"부친도 아들 '반환약정 채무' 보증했다고 볼 여지 커"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채무자가 도박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다가 뒤늦게 쓴 차용증에 대해 친지가 보증을 섰다면 해당 보증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 씨가 B 씨와 C 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D 씨는 A 씨에게 빌린 5000만 원을 도박으로 모두 잃고 갚지 못하다가, A 씨의 독촉을 받은 뒤 2021년 5월 4일 '8월 20일까지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썼다.
약속한 변제 기한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하던 A 씨는 2021년 10월 26일 D 씨의 아버지 E 씨로부터 "B 씨에 대한 5000만 원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받았다.
같은 달 31일 E 씨는 B 씨와 C 씨에게 부동산 증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 씨는 "E 씨의 부동산 증여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 등기를 말소하라"며 증여를 받은 B 씨와 C 씨에게 소송을 냈다.
사해행위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도 채무자가 행한 법률행위, 즉 채무를 진 사람이 재산을 타인에게 증여하는 등 처분해 축소함으로써 채권자가 채권을 변제받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B 씨와 C 씨에게 증여계약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D는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했고 당시 원고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며 "원고가 D에게 대여한 돈은 민법 746조에서 정한 불법원인급여(불법적인 원인으로 제공한 재산)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 후 그 급부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A 씨가 D 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6개월가량이 지난 뒤 차용증을 작성해 돈을 돌려받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고 E 씨가 이를 보증했다면, 이는 '별개의 원인으로 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D 가 도박자금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해도, 그 후 차용증을 작성해 5000만 원을 반환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을 했다"며 "피고도 반환약정에 따른 채무를 보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 의 반환약정은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고, 이에 관한 E 의 보증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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