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피고인 치료감호 요구 안 한 법원…대법 "위법"
4차례 무면허 음주사고 후 도주…입원했지만 차도 없어
"치료감호, 재범 방지 측면 적절…정신감정 실시했어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법원이 알코올 사용장애가 의심되는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 청구를 검사에게 요구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8개월에 구류 20일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12월~2023년 4월까지 면허 없이 총 4차례에 걸쳐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과 주차된 차량을 손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8개월에 구류 20일을 선고했다.
A 씨는 "원심이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재범의 위험성을 방치한 행위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며 상고했다.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해 의견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끝에 주장을 받아들여 인적 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 일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받아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는데도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권한의 불행사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전제했다.
A 씨는 기소된 이후 1개월가량 입원했다가 보호자의 병원비·간병비 부담으로 퇴원한 뒤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에 제출된 담당 의사의 진단서에 따르면 A 씨는 입원 전 1년 이상 매일 소주를 2~3병씩 마셨고, 입원 당시 알코올 금단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등이 심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A 씨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했지만 여전히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이후 A 씨는 여러 번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사고를 낸 뒤 도주하기를 반복했으나, 재판에서 정신질환과 재범 위험성과 관련된 양형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며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신질환자가 가족 등 지지환경이 열악한 경우 치료의 단절 가능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는데 피고인은 동거 가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가족 등에 의해 충분한 지지환경이 조성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시설 밖에서의 치료보다는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치료 목적 달성 가능성과 재범 방지 등 측면에서 적절하다"며 "원심은 정신감정을 실시하는 등 치료감호 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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