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로 끝 아니다…엘리엇 등 남은 소송 6건 '1조원대 전쟁'

韓정부 ISDS 피소액 7억7000만달러…론스타도 진행형
"ISDS '주권 침해 소지' 배제 필요…BIT·FTA 개정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우리 정부의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른바 '론스타 사건'에 대한 판정이 10년 만에 나왔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론스타 역시 현재 진행형인데다 이 외에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거액의 국제투자분쟁(ISDS)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 정부가 향후에도 ISDS에 휘말릴 우려가 큰 만큼 외국과 투자 협정을 맺을 때 ISDS 조항 배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병 과정에서 손해, 7억7000만달러 ISDS…두 번째 ISDS도

4일 법무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ISDS는 론스타를 제외하고도 6건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총 10건의 ISDS가 제기됐는데 3건은 종료됐고 론스타의 경우 정부가 취소 신청을 검토 중이라 일단락이 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남은 6건 중 청구 금액이 가장 큰 건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ISDS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당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7억7000만달러의 ISDS를 2018년 7월에 제기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조치로 최소 2억달러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스위스 승강기제조업체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3억달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ISDS를 제기했다. 2013년~2015년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2차 ISDS를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다야니 일가에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재차 ISDS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15년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 인더스트리얼그룹'의 대주주인 다야니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에서 계약금(약 578억원)이 채권단에 의해 몰취 당하자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 등의 반환을 청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이후 2018년 6월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여원 중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중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영국법원에 제기했지만 지난 2019년 기각되면서 ISDS 중 우리 정부의 첫 패소 사례로 남게 됐다.

이외에도 지난 2020년 중국 국적의 투자자가 국내 한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담보권이 실행됐지만 우리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1억5000만달러 규모 ISDS를, 지난해엔 미국 국적의 투자자가 부산시 수영구 재개발사업에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이 수용돼 손해를 입었다며 537만달러의 ISDS를 제기했다.

◇'선방' 평가에도 향후 소송 쉽지 않아…ISDS 배제 필요

이번 론스타 소송은 6조원대 소송에 비해 약 2800억원과 지연이자 185억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향후 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엘리엇 ISDS는 당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합병 찬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 이 자료가 향후 ISDS 소송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번 론스타 소송에서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유죄 판결에 따라 론스타 측 책임이 일부 인정됐는데, 엘리엇의 경우 우리 정부의 책임이 일부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중재판정부의 구성도 불리한 측면이다. 중재판정부는 투자자와 국가가 각각 추천한 1명과 양쪽이 합의한 중재인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되는데, 민간인인 중재인이 투자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리면 향후 중재인으로 선임될 여지가 줄어들기에 결국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론스타 사건도 중재판정부 다수 의견(2대 1)에 따라 결정됐는데, 정부가 선임한 중재인이 우리에게 유리한 소수의견을 썼더라도 다수 의견에 따라 판정을 뒤집을 순 없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물론 우리 측 중재인이 편향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나, 마치 일반적인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처럼 보이게 하면 안된다"며 "정부는 소수 의견으로 끝까지 다퉈볼 만하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정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ICSID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라고 밝혔다.

특히 론스타건 관련 취소 신청을 적극 검토 중이란 정부 입장과 달리 '5개 취소 신청 사유' 중 적용할 수 있는 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내에서 흘러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ISDS 개정·배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ISDS는 주권 침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ISDS는 양국 간 투자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규정돼 있는데, 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18년 미국은 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며 ISDS 조항을 아예 폐지했다. 우리 정부의 경우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ISDS 남발을 방지하도록 조항을 일부 개정했으나, 조항 자체를 폐지하진 못했다. 캐나다와 달리 우리 정부는 향후에도 ISDS 제기 리스크가 남아있다.

송 변호사는 "ISDS는 '외국인 재판 특권'"이라며 "앞으로의 BIT·FTA에서 ISDS 조항을 채택하지 않아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미 체결한 BIT·FTA는 개정하면 된다. 우리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득의 론스타 공동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도 "BIT·FTA 재협상 때 ISDS 조항을 폐지해야 하며, 폐지를 안했을 경우 우리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며 "ISDS 과정을 국민의 세금이 걸려있는 만큼 한쪽이 공개를 희망할 경우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