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둔 열쇠로 점포 무단 출입한 임대인…대법 "건조물침입 아냐"

퇴거 예정 점포 들어가 집기 등 철거…1·2심 벌금 200만원
대법 "임차인이 열쇠 건네…승낙받고 통상 방법 따라 출입"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임차인이 맡겨둔 열쇠를 이용해 임차인 점포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인에 대해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재물손괴와 건조물침입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경기 고양시 건물 점포의 임대인인 A씨는 2019년 3월 임차인 B씨의 점포에 들어가 B씨 소유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조명, 간판 등 1000만원 상당을 철거하거나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와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점포 임대차 계약을 맺고 카페를 운영하다가 영업을 중단하고 부동산 중개업체에 새 임차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하면서 A씨에게 임차 희망자가 방문할 때 출입문을 여닫으라며 열쇠를 맡겨 놓았다.

A씨는 B씨가 맡겨 둔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고 점포에 임의로 들어가 인테리어와 집기 등을 철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재물손괴 정도나 피해가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사업을 그만둔 피해자에게서 받은 열쇠로 내 건물에 들어간 것"이라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2심은 "피고인이 점포에 들어갈 당시 점포는 아직 피해자의 점유관리 하에 있었다"며 "새로운 임차를 할 요량으로 철거를 위해 점포에 무단으로 들어간 것은 점유관리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점포 내부 인테리어를 전부 뜯어내 파손했고 내부 집기를 훼손했는데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고려하면 이는 피해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것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침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 중 재물손괴죄를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타당하다고 봤지만 건조물침입죄는 유죄 인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주거 또는 건조물 침입행위로 인정되려면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 등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를 봐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출입을 허용받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점포 관리자인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점포 열쇠를 줘 출입을 승낙했고 피고인이 관리자의 승낙 아래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점포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형태로 점포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며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집기를 철거할 목적으로 점포에 들어간 것이어서 피해자가 이를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형태로 점포에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hahaha828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