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완결]④검찰 수사 공백 현실화 "돈 많은 범죄자 만세"
'6대범죄→부패·경제범죄' 축소…전문분야 범죄대응역량 저하 우려
'범죄암장·이의신청 봉쇄' 등 검찰 보완수사 족쇄 부작용 예상
- 심언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검수완박' 입법 작업이 3일 모두 마무리됐다.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혁이 현실화한 가운데 당분간 일선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4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결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향후 사건의 접수부터 수사·처리 과정, 공소 제기·유지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직접수사가 축소되는 분야의 사건은 당분간 경찰이 맡고, 선거수사 역시 내년부터는 경찰 몫이다. 보완수사도 크게 제약돼 경찰의 업무과중과 이에 따른 사건지연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6대범죄→'부패·경제' 범죄도 내년까지만…전문분야 수사역량 저하 우려
검수완박 법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국무회의에서 공포됨에 따라 검찰에 수사권이 남아있는 6대범죄 중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3개 범죄는 오는 9월부터 직접 수사범위에서 제외된다. 선거범죄는 6월 지방선거 및 그 공소시효 만료(올해 12월31일)를 고려해 내년 1월1일부터 제외하기로 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범위를 당초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에서 '등'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향후 윤석열 당선인 의중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수사범위가 일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6대범죄에서 2개 범죄로 직접 수사권을 제한한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대통령령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나마 남은 부패·경제범죄의 수사권도 한시적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2023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한국형 FBI)이 출범하면 모두 넘겨야 한다. 다만 검찰청법 개정안에 부패·경제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폐지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향후 중수청 설치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협의에 따라 상황은 다소 유동적이다.
종합하면 수사 개시권을 지난해 6대범죄로 제한한데서 한발 더 나아가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검찰의 1차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공소 제기 및 유지 역할로 권한이 대폭 위축되면서 기소청으로 전락하는 수준의 수사권 축소가 이뤄지는 셈이다.
검찰은 1차 수사권 축소에 대해 그간 검찰이 쌓아왔던 범죄수사 노하우가 사장되고 전문 법률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고도화된 지능범죄, 금융·증권·시세조종·공정거래·기술유출·마약·조직 범죄 등에서 국가 수사역량 저하가 뚜렷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검은 "뇌물·직권남용 등 공직부패범죄,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금융 기업범죄에 특화됐던 검찰 수사력이 대안 없이 사장될 것"이라며 "돈 많은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단기적으로는 법안 공포 후 검찰에서 진행해온 비리사건을 모두 경찰로 이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4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 기간 중 마무리짓지 못해 경찰로 넘어가는 사건은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 경찰로 이관된 부정부패 사건들이 아무도 모르게 덮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검찰이 수사해온 사건들이 대거 경찰로 넘어감에 따라 향후 사건 처리기간이 늘어나고 경찰 업무과중에 따른 사건 부실처리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중수청(한국형 FBI)이 신설되더라도 수사역량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국가범죄대응 역량 저하 우려가 상당하다.
대검에 따르면 검경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된 2021년 상반기 전국 검찰청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2021년 연말까지 보완수사가 이행되지 않은 사건은 13%(9429건)에 달한다. 같은기간 재수사 요청사건 처리기간도 10건 중 3건(35.1%) 이상이 6개월을 넘겼고, 미이행 사건도 22.7%(1493건)에 이른다.
이밖에 검수완박 법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 사건을 담당할 수사기관이 없어지는 등 '입법공백'도 예상된다. 검수완박 법안의 후속조치로 여러 법안들의 추가 개정이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보완수사에도 대거 족쇄…'여죄수사 금지·이의신청 봉쇄' 혼란 예상
직접수사 범위 축소, 점진적 수사권 박탈과 함께 보완수사에 대거 족쇄가 채워진 것도 검찰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이다. 사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사건에서 사실상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권을 상실하게 돼 직접수사 범위 축소 보다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시정요구에 의한 송치와 불법구금 송치, 이의신청으로 인한 송치 사건에서 검사는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검찰은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를 △경찰의 시정조치 미이행 △불법구금 의심 △고소인의 이의신청 등으로 규정한 것은 독소조항이란 입장이다. 경찰의 편파·축소 수사,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오히려 옥죄는 조항이라고 반발한다.
당초 경찰 송치사건도 '동일성' 범위 제한에 포함됐지만 최종 의결된 수정안에서는 빠졌다. 현행대로 송치 사건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은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피해자·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경찰 무혐의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도 검찰은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입건이 불가능하다.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만을 요구할 수 있는데 경찰이 재차 혐의없음 처분하면 혐의가 의심돼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경찰의 입건 범위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가 원천 제한되는 셈이다.
별건수사 폐해를 의식한 조항으로 보완수사에 제한을 뒀지만 이로 인해 이의신청 등 송치사건의 진범이나 공범, 범죄수익환수에 대한 여죄 수사가 불가능해 지는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해도 이행여부는 경찰의 선의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재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등이 무한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경찰의 수사지연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수사 제한으로 단죄돼야 할 범죄가 암장되고 수사의 효율성 및 신속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고발인이 경찰 수사결과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한 조항의 문제점도 예상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고 명문화했다. 고발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면 이의신청이 불가능해 지는 구조다. 이는 결국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없어지는 꼴이기 때문에 항고·재정신청권의 형해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은 조세나 관세 관련 전속고발 사건, 공익신고자 사건에서도 이러한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수록 검찰 수사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도가니 사건'과 같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 시민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자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하면 이의신청을 못하게 된다. 또 내년부터 선관위가 선거사범을 고발할 경우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해도 선관위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 규정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수사검사가 기소를 못하게 막았지만 공소유지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법조계에서는 '대리기소', '차명기소'로 형식적 요건만 충족한 뒤 공소유지는 결국 수사검사가 맡게 돼 유명무실한 규정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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